지난해 6월 외부 요인 지목했던 것과 다른 결과…'전반적으로 배터리 이상이 원인' 추정

지난해 10월 경남 하동군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경남 하동군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지난해 8월 이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 5건의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ESS 화재 조사 결과 당시에는 배터리 자체보다는 외부요인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 차례 화재가 발생하자 추가 조사를 거쳐 결국 배터리 이상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된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결과 “개별 사업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배터리 이상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개별 사업장별로 보면 충남 예산은 운영 기록을 토대로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분석했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물질이 가열돼 액체로 변하는 현상) 흔적을 확인했다.

강원 평창 역시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으로 분석됐고 과거 운영기록에서 충전 시 상한전압과 방전 시 하한전압의 범위를 넘는 충·방전 현상을 발견했다. 이때 배터리 보호 기능도 동작하지 않았다.

경북 군위는 폐쇄회로(CC)TV와 운영기록에서 배터리가 발화지점임을 확인했고 현장 조사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용융 흔적을 발견했다. 사고 사업장에서 전소되지 않고 남은 배터리 중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해체·분석한 결과 음극활물질에 돌기가 나 있었다.

경남 김해는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한 점과 시스템 운영기록(EMS)을 미뤄봐 배터리가 발화지점이라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네 군데 사업장의 경우 배터리 결함이 화재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냈다. 다만 경남 하동은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질이 닿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배터리 자체의 문제보다는 관리 등 외부요인을 지적했던 첫 번째 조사 결과와 사뭇 달라졌다. 배터리 결함이 직접적 원인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남에 따라 업계에 미칠 파장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특히 불량 배터리로 낙인 찍힐 경우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LG화학은 이날 ESS화재 조사단 발표가 나오자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즉각 반박했다.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은 점,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SDI 역시 이날 조사단 결과와 자체 분석에 차이가 있다며 맞섰다. 

삼성SDI는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의 배터리”라며 “지난해 말, 조사단이 평창 및 김해 사이트에 설치된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사이트의 데이터 및 제품을 요청했다. 조사단은 이 제품을 분석해 발표내용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특히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며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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