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일본 언론 인터뷰서 "연내 200개 점포 닫겠다" 구조조정 '속도'…노조 강력 반발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롯데가 연내 200여 개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한다는 소식이 지난 5일 일본에서 건너왔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實)점포 성공 체제’를 모두 버리고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화학 및 호텔부문 투자계획 등도 일본 언론에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마트·전문점·백화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은 지난달 13일 롯데쇼핑이 발표한 ‘2020년 운영전략’에서 이미 그 윤곽이 드러났다. 다만 롯데가 ‘향후 3~5년’간 점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신 회장은 ‘연내’ 문을 닫는다고 일본에서 발표해 시점 및 내용 상 차이가 커졌다.

일본에서 밝힌 신 회장의 복안(腹案)대로라면 구조조정 시계는 상당히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수천, 수만명 롯데 유통업 종사자들의 ‘밥줄’이 걸린 얘기를 신 회장은 왜 하필 일본에서 꺼냈을까.   

롯데는 구조적으로 일본 지배를 받는 기업이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희석하기 위해 롯데지주를 세웠지만, 또 하나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 일본 경영진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롯데의 실적 문제가 곧 일본 투자자들의 이익과도 밀접하게 연결돼있단 얘기다.

그러나 신 회장의 ‘뉴 롯데’ 구상 속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게 일본 투자자들이라는 점은 아쉽다. 지금의 롯데를 함께 일군 한국 직원들의 실업 우려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모양새다. 당장 한국 직원들의 생계가 걸린 구조조정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일본에서 거론하고 있는 신 회장의 행보는 결국 논란을 불러왔다.

노조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해고통지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매장 인력은 다른 점포로 재배치하고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게 롯데의 기본 입장이지만, 노조는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업계 역시 수백여 개 점포를 닫으면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다른 점포나 직무에서 모두 흡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재벌그룹이 경영악화 책임을 고스란히 근로자와 협력업체로 전가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2015년 시작된 신 회장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롯데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그 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실력에서 도드라진 이질감은 한국 대중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롯데의 뿌리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롯데는 한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불매운동의 태풍 한가운데 놓이곤 했다. 소비자들이 롯데의 짙은 ‘왜색’에 거부감을 느낀 탓이다.  

그간 롯데는 ‘일본 기업’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애써왔다. 특히 지난해 ‘NO재팬’ 운동이 거세지며 공격 받자 롯데는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하는 ‘대한민국 기업’임을 강조하며 일본과의 선 긋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정작 신 회장은 지난 5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게미쓰 가문’이라고 스스로 언급하며 그간 그룹의 노력과는 정반대의 노선을 보여줬다. 닛케이는 인터뷰 기사에서 ‘신동빈’이라는 한국 이름이 아닌 ‘시게미쓰(重光)’라는 일본 성으로 표기했고,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히로유키(宏之)라는 일본 이름으로 표기했다.

2015년 국정감사 당시 신동빈 회장은 기업 정체성에 대해 쏟아지는 질문에 “호텔롯데를 비롯한 한국 롯데그룹은 대한민국 기업”이라고 답한 바 있다. 스스로도 “한국국적을 지킬 것”이라고도 말했다. 

묻고 싶다. 일본에서 같은 질문을 받는다 해도 여전히 같은 대답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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