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국내 간판 정보통신그룹인 KT에서 최근 인명사고가 속출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신임 사장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이 같은 사고가 잇달아 모처럼 내부승진 사장을 맞아 체질개선에 나서려는 KT로서는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KT새노조에 따르면, 4월 들어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통신 시설을 점검하던 KT 계열사 소속 노동자가 추락 사망했고, 또 같은 날 충남 홍성에서는 맨홀 작업 중 또 한 명이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중대사고 임에도 충남 홍성 경찰서에는 접수조차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사자인 KT조차 “회사 차원에서 별도 입장이 없다”거나 “사고에 대해서는 회사와 유가족이 상의 중이다”라는 등 안이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손일곤 KT새노조 위원장은 “이번에 연이어 일어난 사건은 KT 본사 직원들 사고라는게 특징이고 원청 직원 사고는 오랜만의 일”이라고 증언해 만일 하청노동자 사고였다면 어땠을지 걱정이 앞선다.

KT의 크고 작은 산업 재해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남양주에서 KT 협력업체 노동자가 개통 작업 중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7년 이후 파악된 사망 사고만 7건이 넘고, 중상을 포함하면 13건이 넘는다. 

이같은 중대재해는 지난 10년간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발생한 무리한 외주화와 미숙련 노동자 투입 그리고 KT의 안이한 안전의식에 기인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 차치하고, 지난 2018년 말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를 벌써 잊었는지 묻고 싶다. 근처 상점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 대형 사고는 대표적인 ‘안전불감증’ 사고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날벼락을 맞은 주변 소상공인 등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황창규 전 회장은 관련 국회 청문회서 80만개에 육박하는 맨홀을 일체 점검한 결과, 그 중 1만개의 통신구에서 이런 사례가 파악됐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러나 KT는 당시 그런 통신 시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KT는 만시지탄이지만 대책으로 지난 2019년 ‘통신재난대응계획’을 발표했다. 3년간 48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매년 1600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인데 얼마나 계획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KT출신으로 그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구현모 사장이 공식 임명된 직후 공교롭게도 중대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CEO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될 일이다.

새 선장을 맞아 의욕적으로 출범하는 KT가 5G 망에만 막대한 설비투자를 하지 말고 안전 관리에도 상응하는 투자를 해 근로자의 생명 보호에도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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