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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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크래프톤(대표 김효섭)이 지난해 4분기 실적 ‘반등’에 이어 올해 1분기도 호실적을 거뒀다. 자회사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흥행이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한편, 중국 텐센트의 ‘화평정영’ 로열티 입금이 실적 개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5일 2020년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올해 1분기는 매출 5081억원, 영업이익 3524억원, 순이익 29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 영업이익 255%, 순이익 215%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28%, 영업이익 76%, 순이익 117% 늘었다.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은 펍지가 지난 2017년 출시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온라인 PC버전의 배틀로얄 FPS 게임 '플레어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의 모바일 버전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와 모바일 게임의 연이은 성공으로 이르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 측은 “중장기적으로 IPO를 한다는 계획은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분기 배그 모바일에서만 4215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둬 전 분기 대비 50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719억원으로 54.8% 줄어 반토막이 났다.

지역별로 보면, 배그 모바일 주력 시장인 아시아(국내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0% 늘어난 반면 국내, 북미·유럽, 기타 지역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이번 분기 총 매출에서 국내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이 88.9% 차지했고, 전년 동기 65.4%보다 비중이 늘었다.

IPO를 앞둔 크래프톤에게 이같은 호실적은 청신호다. 실적이 감소한 온라인 게임 매출은 올해 국내 출시를 앞둔 자체 개발 PC 온라인 게임 ‘엘리온’을 선보이며 실적 상승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에어(A:IR)’에서 이름을 바꾼 엘리온은 논타겟팅 기반의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카카오게임즈(각자대표 남궁훈·조계현)가 서비스를 맡았다.

크래프톤은 최근 넵튠의 지분 매각을 통해 다시 5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출시한 ‘테라 히어로’를 시작으로 엘리온 등 신작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증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018년 8월 중국 텐센트가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4%를 확보했을 당시 기업가치가 5조~6조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배틀그라운드 이후 새로운 흥행작을 발굴해내지 못하면서 최근 2년새 1조원 이상 기업가치가 줄어들은 바 있다.

특히 크래프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3949억원, 영업이익 1998억원을 달성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2557억원, 영업이익 991억원, 2분기에 매출 1995억원, 영업이익 321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엔 매출액 2374억원, 영업이익 297억원으로 차이가 확연히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4분기 실적 개선을 아시아 지역이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매출액은 4716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인 6925억원 중 68.1%에 해당하지만, 4분기만 보면 아시아 지역의 매출액은 3437억원으로 분기 매출액인 3949억원에서 87.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아시아 지역 실적 성장을 두고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펍지는 중국의 게임 판호 불허로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지난 2018년 2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베타 버전을 무료로 출시했으며 그 해 5월 베타 버전을 종료했다. 대신 텐센트가 직접 배그 모바일의 '짝퉁'이라는 소리를 듣는 화평정영이라는 게임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게임 판호 불허를 우회한 중국 진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사실상 크래프톤이 배그의 IP만 주고 텐센트가 개발과 유통을 주도했다. 로열티 배분 비율은 크래프톤이 약 20%, 텐센트가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의 1대 주주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지분율 17.6%)에 이어 2대 주주인 텐센트가 지난해 지분율을 13.3%까지 높인 것도 배경 중 하나다.

화평정영의 로열티 지급 여부에 대해 양사는 모두 함구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화평정영과 배그 모바일은 별개의 게임”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평정영은 중국 내에서 매년 1조원 수준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크래프톤이 화평정영의 매출을 일부 지급 받는다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이 날 것으로 보여진다. 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상장게임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0~40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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