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거 확산에 인정도 사과도 않는 쿠팡…그간의 공(功) 마저 수포로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확진자 발생은 쿠팡의 ‘불운’이다. 회사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쿠팡 역시 이태원 클럽발(發) 불똥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후의 조처부터는 쿠팡의 ‘불찰’을 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확진자 발생과 동시에 업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모든 상황을 공개했더라면, 아니 그 이전 철저한 방역수칙이 지켜졌더라면, 혹은 무더기 확진자 발생 이후 진솔한 사과라도 내놨더라면 지금과 같은 비난의 수세에 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연쇄감염의 진원지가 된 부천 물류센터와 달리 확진자가 발생한 즉시 폐쇄 조치한 고양 물류센터에서 직원 대부분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부천에서의 초기대응 부실은 더욱 뼈아프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물류의 새 시대를 열었다. ‘쿠팡맨’은 남다른 친절함으로 배송 품질 제고에 일조했다. 덕분에 본격적인 ‘이커머스’ 시대를 쿠팡이 열고, 대기업이 뒤따르는 모양새가 됐다.

롯데·신세계와 같은 유통공룡의 공세 속 자신만의 영역을 뚜렷이 구축하고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뚜벅뚜벅 해나가는 쿠팡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펜데믹에도 한국에 사재기가 없었던 것은 사소한 생필품 하나라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배송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한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쿠팡은 분명 코로나 시대에 공(功)이 있다.

그러나 물류센터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방한복 사진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쿠팡의 과(過)도 선명해졌다. 방한복과 안전화를 돌려 사용하며 방역과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여러 근무자의 입에서 나왔다.

‘빨리빨리’ 채근만 하는 사측의 무리하고 과도한 실적주의로 1분의 휴게시간도 보장 받을 수 없으며 화장실 가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스크 착용 등 개인안전관리가 미흡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3%의 정규직(관리자)으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비위생’과는 결이 다른 내용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로켓배송의 ‘달의 뒷면’과도 같은 물류센터의 열악한 조건은 소비자로서 충격이었다.

쿠팡은 “저희에게 ‘로켓배송’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명이고 소신”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나의 편리함이 배송노동자들이 견딘 불편함의 결과라면, 그 불편함을 불편해할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쿠팡은 끝내 말이 없다. 사과도 인정도 않는다. “쿠팡의 확진자 은폐로 남편이 사경을 헤맨다”는 직원의 호소는 공허하다. 쿠팡의 침묵이 길어지니 형사처벌이나 직원들의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분쟁을 대비해 책임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범석 대표가 미국인이라, 쿠팡이 일본자본을 업은 기업이라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식의 혐오와 차별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겠다.

지난 달 쿠팡이 내놓은 ‘공지’같은 ‘사과문’은 행간마다 주문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읽혔다. 소비자에게 ‘상품이 정말 안전하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했으니 이제 코로나 확진을 받은 직원들의 마음을 좀 더 보살피는 게 좋겠다.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하더라도 사람은 ‘일회용’이 아니니까 말이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김슬아 대표는 “고객님이 우려하시는 부분과 관련한 모든 진행 상황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 드리겠다”고 밝혔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사과라 느껴졌다. 

누구의 탓도 아닌 ‘코로나19’라는 커다란 불행을 연대하며 견디기에는 그저 이 정도 진심이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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