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매년 실시해오던 중간배당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배당을 자제하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탓이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실탄(현금)’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의견에 수긍할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민간 금융회사의 배당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개입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갑작스러운 ‘배당 자제령’에 하나금융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손실이 났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중간배당을 거른 적이 없다. 매년 해오던 중간배당을 생략한다면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금융당국 권고를 무시하면서 중간배당을 밀어붙이기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간배당은 하나금융 주가를 떠받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5년 동안 1주당 2015년 150원, 2016년 250원, 2017년 300원, 2018년 400원, 2019년 500원으로 꾸준히 중간배당 규모를 늘려왔다. 

하나금융 입장에선 주가 반등을 이끌기 위해서도 중간배당 시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은행주는 상대적으로 반등 탄력이 약해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친화정책이 큰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 2018년 초 5만6000원대에 거래됐던 하나금융 주가는 이날 기준 2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에는 1만8000원대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하나금융이 실적 악화로 배당 여력이 줄어든 상황도 아니다. 하나금융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65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2019년 15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선 하나금융의 2분기 실적 역시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지주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3.40%였다. 금감원은 해당 자료에서 신한(14.06%)·KB(14.02%)·하나(13.80%)·NH농협(13.80%) 등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BIS비율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배당은 기업이 영업 활동에서 얻은 이익금 중 일부를 투자의 대가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금융 주식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은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기반으로 한 꾸준한 고배당 정책일 것이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배당 자제 개입은 한 기업의 시장가치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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