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030 비전' 선포...시스템반도체도 1등 목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 앞장, 'K칩 시대' 주역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을 제조하는 명실상부한 국내외 1위 기업이다. 특히 이들 품목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후발업체들의 추월을 불허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사실상 떠받들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오너십과 전문경영인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모범사례로 외국인의 매수 1순위 기업도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평가는 박하다. 국내의 따가운 질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으로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은 도저히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증권경제신문은 선제적인 혜안으로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의 현재 위상과 한국의 경제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한국과 삼성전자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강력한 리더십이 한국 반도체 산업 미래 연다."

28일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권오현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오전 사내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 사업의 성공 비결로 오너의 결단과 리더십을 꼽았다. 위험 부담이 큰 반도체 사업에서는 앞으로도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4월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2030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며 올해 지속적으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위기 속 도전'을 강조했다.

실제 1월 화성사업장 반도체 연구소, 2월 화성 EUV 반도체 생산라인,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6월 화성사업장 반도체 연구소를 잇달아 방문했으며 6월에는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초격차'를 지속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에서 한국은 62%(1016억 달러)로 세계 1위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나머지 70%가 시스템반도체다. 전체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미국이 70%로 제일 크며, 한국은 3%내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좌)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우)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K칩 시대' 이끌 반도체 생태계 확장

삼성전자는 중소 협력사의 반도체 설비부품 개발을 지원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산학·친환경 상생활동을 통해 국내 반도체산업 전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K칩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주요 설비, 부품 협력사와 함께 자체 기술개발에 노력해왔다. 지난 4월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PSK 등 국내 주요 설비협력사, 2~3차 부품 협력사와 MOU를 체결하고 7월부터 설비부품 공동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설비사가 필요한 부품을 선정하면 삼성전자-설비사-부품사가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설비부품의 개발과 양산 평가를 지원한다. 중소 설비·부품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와 품질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과 24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경영자문도 지원한다.

이와함께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팹리스 지원정책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와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가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유망한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를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다.

또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 활동에 필수적인 MPW(Multi-Project Wafer) 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8인치(200mm)뿐 아니라 12인치(300mm) 웨이퍼로 최첨단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각 사업장에 상주하는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지급된 규모는 총 3476억 50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반도체 '초격차' 전략 투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5G, HPC, AI, 네트워크 등 신규 응용처 확산에 따라 초미세 공정 중심의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퀄컴, 바이두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 회로 설계)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며,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하이엔드 모바일 및 신규 응용처로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광원으로 파장의 길이가 불화아르곤(ArF)의 1/14 미만에 불과해 보다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 구현에 적합하고, 복잡한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고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2030 비전'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올해 2월 화성사업장에 EUV 전용 'V1 라인'을 본격 가동한 데 이어 5월 말 경기 평택사업장에 약 10조 원을 들여 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 투자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2020년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 왔다. V1 라인은 삼성전자의 첫 번째 EUV 전용 라인으로 2018년 초 건설을 시작해 2019년 하반기 완공되었다. 2020년까지 누적 투자 금액은 약 60억불 수준이며, V1 라인 가동으로 2020년 말 기준 7나노 이하 제품의 생산 규모는 2019년 대비 약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021년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나노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SoC(시스템온칩) 제품을 출하한 데 이어, 2019년 하반기부터는 6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5나노 공정은 2019년 하반기 제품 설계를 완료했으며, 4나노 공정은 2020년 상반기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제품 설계도 마칠 계획이다.

(그래픽=뉴시스)

또 지난 6월 초에는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를 단행했다. 5월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전초기지로서 P1(평택1라인)과 P2(평택2라인) 이렇게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라인 2개가 조성된 것이다. P2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18년 이상 독보적인 제조, 기술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 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1xx단) V낸드 제품을 양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는 화성과 평택, 해외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며 국내외 균형 있는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고 시장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 올 하반기 시장 전망…파운드리 경쟁력 확보 관건

삼성전자의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8.8%로, 시스템반도체 최강자인 TSMC(51.5%)와의 격차가 30%포인트 이상에 달하지만 '반도체 2030 비전'을 선포한 삼성전자는 내년을 기점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추격 중이다. TSMC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오는 30일 발표하는 2분기 분야별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이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 TSMC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 영업이익 2위 자리를 내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7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DS부문에서 영업이익 5조4000억원, 매출 18조5000억원 내외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 매출 52조원의 잠정 실적을 공개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전통적 강자인 인텔은 올 2분기 영업이익 57억달러(약 6조8000억원), 매출 197억달러(약 23조5500억원)를 기록했다. 인텔은 1분기엔 영업이익 70억달러(약 8조3500억원), 매출 198억달러(약 23조5500억원)를 거뒀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다. 삼성전자 DS부문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인 9조1200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대만 TSMC는 1분기 영업이익 42억7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 매출 103억1000만달러(약 12조3000억원)을 거둔데 이어 2분기엔 영업이익 43억8000만달러(약 5조2500억원), 매출 103억80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0조3500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을 넘어선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 영업이익 3위로 주저앉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코로나19 여파가 해소되고 스마트폰 중심으로 IT 기기 판매가 늘어나면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나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중심이 시스템반도체로 이동한 만큼, 메모리 가격의 유의미한 상승 없인 DS부문의 영업이익이 TSMC를 따라잡긴 힘들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을 이끌었던 서버 D램 수요는 하반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상승세를 지속하던 D램 가격은 지난 6월말부터 평행선을 그리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TSMC의 화웨이 비중 상실에 따라 제품 믹스 조정으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가능성과 애플의 인텔과 협력관계 중단 선언, 인텔의 파운드리 외주생산 가능성 등도 시장 재편의 중요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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