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시간' 속에서 다양한 시공(時空)의 색감을 표출
충무로 소재 갤러리 '보위옥'···8월 6~16일

최남수 전 YTN 사장
최남수 전 YTN 사장

[증권경제신문=김형기 기자] 지난 2018년 YTN 대표이사 사장 직을 맡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노조 반발에 부딪혀 물러나야 했던 최남수 서정대 교수가 오는 8월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충무로 소재 갤러리에서 첫 사진전을 갖는다. “지난 2년 간 과거의 시간을 많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최 교수는 “그동안 3권의 책을 쓰고, 이제 처음으로 사진전을 갖게 되었다”고 편안한 구도자의 얼굴로 미소를 보인다. 평생 언론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최 교수가 책을 쓰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사진전을 갖게 된 것은 의외인지라 그 계기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았다. 최 교수는 특유의 여유 있는 미소를 다시 지으며, “10여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보고, 순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틈틈이 사진을 찍으면서 모은 사진들이 꽤 많이 쌓이게 됐다”고 설명한다. “10여 년 간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중에서 특히 빛과 시간의 경계를 느끼게 하는 23점의 사진을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게 됐다”는 최 교수는 ‘빛이 나를 기다린다’는 주제를 내세운다. 이번 전시회가 열리는 충무로 소재 갤러리 겸 독립서점인 보위옥에서 최 교수를 만나 최근 그의 근황과, 사진에 대한 그의 예술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지난 2018년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YTN 사장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 때 이후 어떤 심정이셨는지?
- 머니투데이방송 사장 시절 경영 성과가 괜찮았고, 그런 성과 때문에 YTN 사장 적임자라고 해서 14명이 경쟁했다. YTN 이사회에서 선임이 됐고,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다. 경영만 잘하고 보도는 후배들이 하면 되겠지 했는데, 떠났던 선배가 경영인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반발이 그렇게 클 거라곤 생각 못 했다. 큰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 쉽게 말해 험하게 나왔다. 나와서 처음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어두운 터널에 갑자기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랬는데, 지금도 아내랑 농담하면서 얘기하는 건 단 하루도 무너져 본 적이 없다. 다음날부터 이 사태를 바로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잊어버리고 글 쓰는 일, 사진 찍는 일 등 내면의 자아를 찾는 일을 했다. 자기 삶에 대한 정리를 해온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신 없이 살았는데,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깊게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YTN을 나오고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 2018년 9월에 YTN을 나와 SK증권 사외이사를 맡아 지금도 하고 있다. 이후 책을 3권 쓰고, 유튜브 활동도 했다. 2020년 3월부터는 서정대 호텔경영과에서 영어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 회사에 사장이나 임원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부터 자전거를 많이 타기 시작했다. 경치가 눈에 들어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표현이 안되니까 카메라를 사고하다 보니 사진에 점점 빨려 들게 됐다. 낮과 밤같이 어둠과 빛이 겹치는 경계의 시간대가 특히 마음 속에 들어왔다. 가슴 벅찬 빛의 변화들을 찍으면서 빛을 따라다니다 보니, 살면서 쌓이는 마음속의 부유물, 먼지 같은 것들이 연소되고 새살이 돋아나는 듯한 갱생의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들을 자꾸 쫓아다니고 기다리고 그런 것들을 반복적으로 해오면서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기계로 찍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으로 찍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 23점이 전부 같은 주제인가?
- 빛이 나를 기다린다는 주제라 할 수 있다. 나는 크리스천이기도 하지만 빛이라는 걸 생각할 때는 믿는 대상과 연계시켜 내가 항상 보는 거였다. 내가 빛을 찾아다닌다고 생각했는데, 빛은 항상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주제에 맞게 빛의 변화에 관한 사진들을 전시하게 됐다.

빛과 어둠의 교차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한다면?
- 벅찬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스름의 순간이 육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에 담기는 빛이 다르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나가서 기다려야 한다. 빛이 허용하는 시간이 있다. 5분도 안되는 시간이다. 그 빛이 좋았고 그 빛과 자연, 그 빛과 피사체가 만나는 접점에서 펼쳐지는 변화들이 좋았다. 사람들은 보통 해가 올라오는 일출, 해가 지는 일몰을 환호한다. 촬영 현장에 가보면 해가 뜰 때까지는 잘 안 찍고, 해가 지고 나면 다 가버린다. 난 화려함이 오기 전이나 지고 난 후의 시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포착하고 즐기는 것은 기다림과 생각의 시간이다. 그게 좋았다. 

다시 말해, 빛이라는 것을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느끼게 됐다는 의미인가?
- 맞다. 정밀하게 현미경으로 바라보고 그런 것도 있지만 덩어리로, 윤곽으로, 실루엣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미세하게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 세상의 시선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진 활동을 하면서 추가로 전시회를 더 열고 할 계획이 있는지?
- YTN 사건 이후 생활의 흐름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사진이다. 이번 전시회가 없었더라도 계속 해나갈 일이었다. 다만 전시회를 통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작품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서툴지만 ‘디카시(디지털카메라+시)’라는 것도 하고 있다. 디카시는 반은 사진, 반은 5줄 이내의 짧은 시로 이뤄져 있다. 험한 일도 겪고 난 뒤 깨달은 것은 삶이라는 것이 성취 때문에 바쁘게 사는데 성취와 성찰의 두 바퀴가 균형을 잘 이뤄야 좋은 삶으로 가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이제는 사진과 시 같은 성찰의 시선을 보려고 한다. 두 번 째는 대학 생활하면서 직업적 전문성이다. 세 번째는 학문적인, 저널리스트로서 보는 경제다. 좀 더 깊게 보려고 하고 있고, 칼럼도 쓰고 있다. 

요즘 같은 이미지 범람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요즘 세상을 보면 언어가 꼭 정확하다고 얘기할 수 없는 세상인 것 같다. 언어에는 관점이 들어가기 때문에 참이 뭐고 진실이 뭐고 올바름이 뭔지가 뭉개진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미지가 더 솔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많은 사진을 찍으려면 여행을 많이 했을 거 같은데?
- 사진은 계속 찍어온 것이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많은 사진인데도 70% 이상 사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으로 찍었는지가 기억이 난다. 사진에는 마음의 지문이 묻어있다. 글 쓰면 그렇듯이 사진도 마음으로 찍으면 마음의 지문이 읽히는 사진들이 많이 남는다. 사진전을 준비하며 사진을 고르는 과정이 내가 살아온 시선을 훑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취미로 하고 싶어도 전문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사진이 전문성이 있다는 것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나도 사진 조작을 많이 안 배웠고, 그런 기계적인 조작은 잘 모른다. 사진은 장비가 아니고 시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인이 보고 싶은 관점을 갖고 계속 찍다 보면, 한 장 두 장 찍는 게 아니라 수천 장을 찍다 보면, 그것이 본인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사진을 전문가 영역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그런 세계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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