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 5G 통신장비 공급계약
李 부회장의 '선견지명'…4대 신사업 선정 2년만에 쾌거
美 추가제재로 주요 국가들 '화웨이' 배제…삼성 '반사이익' 클듯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을 제조하는 명실상부한 국내외 1위 기업이다. 특히 이들 품목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후발업체들의 추월을 불허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사실상 떠받들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오너십과 전문경영인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모범사례로 외국인의 매수 1순위 기업도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평가는 박하다. 국내의 따가운 질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으로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은 도저히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증권경제신문은 선제적인 혜안으로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의 현재 위상과 한국의 경제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한국과 삼성전자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재용)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세대(5G) 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5G 통신장비 단일 시장으로 최대 규모인 미국에서의 시장 공략 발판을 마련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5G 통신장비 세계 점유율 1위인 중국 IT 기업 '화웨이'가 추가 제재가 정식 발효되면서 그 반사이익 또한 삼성전자가 크게 가져갈 가능성이 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5G 통신장비 사업을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으면서 본격적인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5G 통신망 플랫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관련 기술을 쌓아왔다. 통신장비뿐 아니라 5G 통신에 필요한 반도체와 단말기, 기지국 등 5G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시스템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이에 5G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단계의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 역시 삼성전자의 강점이 됐다. 칩셋부터 단말, 코어장비까지 한 회사에서 공급함으로써 호환성과 안정성 등 측면에서 최적화된 장비 패키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5G 분야의 삼성전자 기술력은 화웨이와 대등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미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미화 66억4000만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버라이즌에 5년 동안 5G 이동통신 장비를 비롯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판매하고 설치 및 유지보수까지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번 계약은 단일 수출건 기준으로 우리나라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삼성전자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34%에 달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이 5조원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미국은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시장이며, 버라이즌은 1억8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최대 사업자로 향후 삼성전자가 미국 5G 통신장비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주 체결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9'에서 목표로 제시한 '점유율 20%'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13.2%로 4위에 올랐다. 이 기간 화웨이는 35.7%로 1위, 에릭슨(24.6%), 노키아(15.8%)로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월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부터 5G장비 생산현장에 대한 설명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재용 부회장의 '5G 공략'과 '세일즈' 결실 맺어

5G 네트워크 장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을 내다보고 육성해온 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3G 이동통신 시대때 5G 기술을 전담할 차세대 통신연구조직을 신설하라고 지시했고, 당시 무선통신 전문가인 전경훈 포항공대 교수를 영입해 연구를 지원했다. 현재 전 교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을 맡아 5G 네트워크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경영 복귀 이후 신성장 산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이 부회장은 2018년 8월 '180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자장비와 더불어 5G를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사업에 3년간 25조원을 투자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월 미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고정형 5G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연달아 AT&T, 스프린트 등 미국 4대 통신사 중 3개사와 5G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성장 발판을 꾸준히 마련했다. 

특히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미국, 아시아, 유럽 등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마케팅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이 부회장의 세일즈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1월 첫 공식 내부 일정으로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수원 공장 가동식에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사업 확대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같은 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 등 주요 인사와 만나 5G 통신 등 IT 분야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 통신업계 1, 2위 업체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잇달아 방문해 각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5G 조기 확산과 서비스 안착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등 글로벌 5G 시장 선점에 공을 들였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전자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018년 5~6%에서 2019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수주 확대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 2월 미국 5위 이동통신사 US 셀룰러, 3월에 뉴질랜드 최대 이동통신사인 스파크, 6월에 캐나다의 텔러스와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버라이즌 건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이 지난해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이후 여러차례 화상회의를 통해 설득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미국 통신사업 연혁. (그래픽=뉴시스)

◇ 화웨이 美 제재로 삼성전자 수혜 가장 클 듯 

15일(현지시간) 중국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정식 발효됐다. 이날부터 발효되는 추가 제재안은 미국의 장비, 소프트웨어, 설계기술 등을 사용해 생산된 미국 상무부의 사전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에 이어 사실상 제3국과의 거래도 중단시키는 강력 제재라 할 수 있다. 위반시 최대 20년의 실형, 건당 100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세계 1위 화웨이의 지위가 흔들리며 통신장비 후발주자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에 납품 중인 국내 5G장비부품회사 80여곳도 덩달아 동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올 4분기부터 미국향 5G 장비 수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화웨이를 배제하고 나선 미국의 경우 하반기부터 5G 네트워크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8월 3.5GHz(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C밴드 대역 경매를 진행한다. 업계는 화웨이 제재로 미국 통신장비 시장이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의 3파전 구도로 편성될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 버라이즌과 약 8조원 규모의 5G 장비를 수주하면서 오는 12월 미국 주파수 경매에서도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트카운팅마켓리서치의 스테판 테랄 애널리스트는 "최근 버라이즌과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5G 장비업계도 동반 성장…올 4분기 미 수출 기대

삼성전자가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선방하면서 국내 통신장비업계도 동반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에 납품 중인 장비부품 국내 협력사는 KMW, 오이솔루션, 서진시스템 등 9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G 장비의 경우 국내 부품 비중이 40~60%에 이른다.

실제 지난달 미국에서 3.5GHz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되면서 장비부품업체로 이어지는 발주 계획도 구체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빠르면 9월 말 혹은 10월 초부터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과 국내 중소 장비부품업체들의 수주 공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수출까지 3달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 4분기 국내 5G 장비가 미국에 수출 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2025년 북미지역의 5G 투자규모는 3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아시아(440조원)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5G 투자 계획이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대만,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공개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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