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년 조사 끝 한화S&C 일감 몰아주기 무혐의…남은 건 한화솔루션 부당지원 혐의
김승연 회장 세 아들이 지분 100%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경영 승계 핵심
니콜라 사기 의혹에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 하락 악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64개 기업집단에 대한 2019년도 주식 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이 중 총수가 있는 55개 집단 내부지분율은 57%인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은 3.6%(총수 1.7%, 친족 1.9%)에 불과하다. 이는 총수가 매우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정 경쟁’을 해치는 건 지배구조 말고도 ‘사익편취’ 문제도 있다. 때마침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와 국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꼼수’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재계는 경영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공정 경쟁’의 눈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형제 (사진=뉴시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형제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지난 8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의 조사 끝에 한화S&C(현 한화시스템)의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회사 측은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회사로서는 과징금 및 계열사·총수일가 고발 등의 리스크를 털고 갈 수 있게 돼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스스로 경제검찰 역할을 포기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만약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사라지고 시민단체 등이 직접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되면 '사익편취'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한화그룹이 공정위의 칼날은 피했지만, 그룹의 핵 '에이치솔루션'을 앞세운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주도 '니콜라 투자'가 사기설에 휩싸이면서 그룹의 승계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에 1200억원을 투자하고 수소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한화S&C '사익편취' 무혐의 논란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최초 제기됐다. 2014년 매출액 가운데 52% 정도인 2100억원 가량을 한화 계열사 39곳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한화S&C(現 한화시스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김동관(50%)·동원(25%)·동선 (25%) 등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정위는 핵심쟁점이었던 ‘한화 계열사들이 다른 사업자와의 계약조건 등에 대한 비교 없이 한화S&C에 약 1055억원 규모의 애플리케이션 관리서비스를 거래한 혐의’와 관련해 그룹차원, 특수관계인의 관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심의 종결은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뜻으로 무혐의와는 다르다.

23개 계열사가 한화S&C에 정상가보다 높은 회선 사용료를 지급한 혐의와 계열사들이 한화S&C에 고가의 상면료를 지급한 혐의 역시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회사 직원의 조사방해 혐의 역시 자료를 향후 다시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해 무혐의 처리키로 했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공정위 스스로 법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S&C가 순자산 5897억원(2016년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알짜배기 회사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부거래 비중이 2001년 설립 이후 2016년까지 50%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계열사로부터 전폭적인 일감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화S&C가 2015년 1월1일부터 2017년 9월30일까지 2년9개월간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AMS)로 얻은 매출은 총 1055억원”이라며 “당시 한화S&C의 매출이 2015년 3987억원, 2016년 3642억원, 2017년 2561억원임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규모”라고 짚었다.

남은 문제는 한화솔루션이다. 공정위는 한화S&C 무혐의 처리와 별개로 한화솔루션의 한익익스프레스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심의 절차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한익은 김승연 회장의 누나가 최대주주인 물류회사다.

한화는 그룹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커지자 지난 2017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먼저 그 해 10월 한화S&C를 투자법인인 ‘에이치솔루션’과 사업부문 ‘한화S&C’로 물적 분할하고 이후 한화S&C 지분 44.64%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그러나 한화S&C가 여전히 오너 일가 영향 아래 있다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S&C 지분 50% 이상을 들고 있어서였다. 결국 총수 일가의 직접지배가 에이치솔루션을 낀 간접지배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룹 측은 에이치솔루션의 한화S&C 지분율을 20% 밑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으로 2018년 5월 한화S&C와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한화탈레스)을 합병했다. 한화시스템(존속법인)이 한화S&C(소멸법인)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김동관 승부수 '니콜라 투자' 쪽박 찰 수도

이후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에이치솔루션은 경영승계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에이치솔루션은 실질적인 지주사 ㈜한화와 함께 또 하나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한화그룹이 완전한 지주사 체제를 갖추려면 에이치솔루션이나 ㈜한화 중 한 곳이 없어져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세 아들이 에이치솔루션을 이용해 번 자금으로 한화 지분을 매입하거나 ㈜한화와의 합병을 통한 지분 교환을 진행할 것으로 분석해왔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치솔루션은 특수관계인 주주 3인이 100% 소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율이 적은 경우보다 합병 후 희석이 적고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시스템 등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재원이 많다”며 “지분구조 개편이 추진된다면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합병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에이치솔루션 몸값 키우기다.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록 오너 3세들이 향후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거나 ㈜한화와의 합병 등을 고려했을 때 유리한 합병비율을 끌어낼 수 있어서다.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니콜라에 각각 5000만 달러(약 580억원)씩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6.13%의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당시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나 투자를 논의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니콜라의 지분가치 급등에 따른 수혜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집중적으로 보는 구조다.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다시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니콜라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또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9.2%도 가지고 있다.

니콜라는 지난 6월 나스닥 상장으로 주가가 폭등했고 한화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16억 달러(약 1조8600억원)로 16배 뛰는 ‘대박’이 났다. 니콜라 덕분에 몸값이 오르면서 한화종합화학의 증시 상장에도 속도가 붙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니콜라 사기 의혹이 짙어지면서 한화의 ‘니콜라 대박’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뼈아픈 점은 니콜라 혜택이 에이치솔루션에 집중되는 구조인 만큼 반대로 니콜라 악재 역시 에이치솔루션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투자 실패 시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가 쪼그라들면서 승계에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화그룹의 수소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화 계열사들은 오는 2023년 니콜라 수소트럭 양산에 맞춰 미국 수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확보했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갖고 있다.

니콜라 논란은 한화그룹이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화종합화학의 IPO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 당시 맺은 계약에 따라 늦어도 오는 2022년 4월까지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니콜라 보유 지분 가치가 급등하면서 한화종합화학의 상장도 흥행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공정거래법 개정되면 감시대상 ㈜한화 등 6곳 추가

그룹 승계의 '핵'인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내 유일한 사익편취규제 대상 계열사이기도 하다.

지난 9월1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사익편취규제 대상 계열회사 1곳(에이치솔루션)과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 6곳을 보유하고 있다.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크게 ①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30%미만인 상장사(이하 ‘상장 사각지대 회사’) ②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가 50%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③상장 사각지대 회사가 50%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나뉜다.

이 기준대로라면 한화의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①상장사각지대 회사인 △㈜한화 ②사익편취규제 대상 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 △에이치글로벌파트너스(유) △한화에너지㈜ ③상장사각지대 회사인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주) △한화테크엠(주) △(주)한화건설 등 총 6곳이다.

 

한화그룹 내 사익편취규제 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 현황 (2019 한화 감사보고서 참조)
  업종 매출 영업이익(손실) 지분율(20년5월1일 기준)
에이치솔루션(주)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7367억3707만원(연결) 448억원 총수일가 100%
한화에너지(주) 발전업  7364억1778만원(연결) 482억원 에이치솔루션 100%
에이치글로벌파트너스(유) 투자업 4억4100만원 6400만원 에이치솔루션 100%
(주)한화 지주사 / 화약·방산 등  50조4124억원(연결)  1조1257억원 총수일가 26.76%
한화테크엠(주) 투자업 - (1004만원) 한화 100%
(주)한화건설 건설업 4조500억원(연결) 2950억원 한화 95.24% 
한화호텔앤드리조트(주) 관광·숙박업 6486억4789만원(연결) (251억원) 한화 50.62%

 

사익편취규제 대상 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은 사실상 자체 매출이 없는 회사다.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이 없으며 직원도 5명 내외로 알려졌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0원, 영업손실 10억원, 순이익 8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판매관리비로 10억원이 발생해 영업손실을 봤고 금융수익 등으로 순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결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매출 7367억원, 영업이익 448억원, 당기순이익 811억원 등을 거둔 알짜 기업이다. 이 중 1731억원 가량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3% 수준이다.

사각지대 회사인 ㈜한화는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4조4332억원, 영업이익 1889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특수관계인 매출은 5584억원으로 약 12.5%를 차지한다.

현행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이면 총수일가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과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관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부다.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과 중견기업들의 사각지대 회사가 늘어나면서 정치권과 공정위에서는 규제강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만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했으나 개정안대로라면 상장·비상장사 구분 없이 지분율 20%인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하는 회사도 규제 대상에 추가한다.

이 경우 사각지대 회사가 모두 규제대상에 들게 된다.

한화그룹의 경우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이 현행 1곳에서 사각지대 6곳을 포함한 총 7곳으로 늘게 된다. 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물론 모든 내부거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계열사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공정위가 더 많은 계열사의 거래내역을 촘촘히 살피게 되는 것은 분명 재계로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도입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될 경우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시민사회는 ‘사각지대’ 회사들에게 오히려 사익편취가 허용 가능한 것처럼 작동하고 있어 현행 규제의 실효성이 퇴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미비점을 보완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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