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한진택배 노동자 사망에 택배연대노조, "명백한 과로사" 주장
사망 4일전 동료에 남긴 메시지에 "어제 집에 도착 2시, 오늘 5시…한숨 못 자고 너무 힘들다"

쌓여 있는 택배물량 (사진=뉴시스)
쌓여 있는 택배물량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업무가 힘들다’고 토로한지 4일만에 숨지면서 택배사 업무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 씨가 이달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고인은)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가 숨지기 4일 전인 이달 8일 새벽 4시28분 동료에게 남긴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책위가 공개한 김씨의 메시지에는 ‘오늘 420(개) 들고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어제도 집에 도착 2시, 오늘 5시, 너무 힘들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대책위는 김씨가 지병을 앓기는커녕 복용하는 약도 하나 없었고, 그가 추석 연휴 전주에 배송한 택배 물량은 하루 200∼300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1명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이 더 넓기 때문에 한진택배 노동자가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300∼400개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김씨 유가족과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아침 7시부터 무려 21시간28분 동안 일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며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故김원종님이 세상을 떠난 지 4일만이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노동자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지병이 있었다느니, 다른 택배기사보다 적게 배송했다느니 하는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한진택배에 분노감이 치민다”며 “심야배송은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과로사가 아니라 심야배송에 의한 타살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씨가 배송 작업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으며 12일에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인 20대 장모씨가 숨을 거뒀다.

과로사 대책위는 “고인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멈춰질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