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탈중국 러시 속 중국 공장 인수 우려
이미 中 우시 D램 생산라인서 40% 생산하고 있어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중국 내 다롄 낸드 팹을 인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중국에서 공장을 폐쇄하는 상황에서 중국 매출이 높은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 대표 이석희)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국내 역대 최대 규모(10조3104억원)로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구체적 인수 부문은 인텔의 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다만 D램과 낸드의 특성을 합친 옵테인 사업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인텔과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 규제 승인을 받은 후, 2021년 말까지 인텔에 1차로 7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이번 M&A로 SK하이닉스는 기존에 약점으로 꼽히던 낸드 메모리 부문 경쟁력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게 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2일 장마감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500원(0.6%) 떨어진 8만3300원을 기록했다. 20일 공시 이후 SK하이닉스는 이틀 연속 1%대 하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의 주가 부진 원인으로 증권가에서는 중국 다롄의 인텔 낸드 생산 공장 시설 노후화, M&A 후 인텔 우수 인력 유출 가능성 등을 꼽았다.

또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년 말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대만 등에서 모두 인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중 간 기술 패권으로 두 나라의 인수 허가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현지 언론은 SK하이닉스의 이와 같은 인수 소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왕이닷컴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매년 상승 중”이라며 “이번 인수는 SK하이닉스의 중국 시장 의존도를 더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 D램 1·2기 생산라인을 구축한 만큼, 이번 인텔 공장 인수와 함께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중국에 대한 투자가 껄끄럽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기업들의 탈중국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1만2000여명의 임직원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판매 실적이 감소하고 중국 대신 인건비가 더 저렴한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생산물량을 이전한 것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선전과 톈진 스마트폰 생산 공장 철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기지인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스마트폰 공장은 임금이 싼 베트남과 인도로 순차적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또 지난 8월 말에는 시장점유율 하락과 경쟁 격화 등으로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삼성전자 유일의 노트북·PC 생산라인도 철수했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중국 내 판매 부진과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차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도 장쑤성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차의 중국 내 임직원 수도 2018년 5834명에서 지난해 4824명으로 1000명 넘게 감소했다.

중국 투자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중국 우시에 D램 1·2기 생산라인을 구축해 4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은 화웨이 건과 같이 중국 고객에 대한 미 제재가 있는데, 다롄 팹 경우 고객 분포가 중국뿐 아니라 중국 외 지역도 분포하고 있어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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