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1조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을 놓고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소비자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032830, 대표 전영묵)을 비롯해 한화생명(088350, 대표 여승주)과 교보생명(대표 신창재·윤열현) 등의 향후 소송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2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3단독 재판부(판사 남성우)는 미래에셋생명(085620, 대표 하만덕·변재상)의 즉시연금 가입자 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금소연은 지난 2018년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임의로 덜 지급했다며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번에 납부하고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지난 2017년 한 가입자가 매월 나오는 연금액이 당초 계약보다 적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A씨는 매달 받는 연금수령액이 최저보증이율(2.5%)를 적용해도 예상했던 지급액보다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환급재원(책임준비금)을 쌓았는데, 이를 약관에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과소지급 논란이 벌어진 것.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액 산정과 관련해 ‘연금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만 명시돼 있고, 산출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약관에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했고, 산출방법서엔 사업비를 뗀다고 돼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고, 생보사들에게 과소지급한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KB생명 등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지게 됐다.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소비자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이번 판결이 다른 생보사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2018년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약 16만명,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이 4300억원(5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2만5000명), 700억원(1만5000명) 규모다. 당시 금감원은 전체 미지급금 규모를 1조원으로 전망했다.

금소연 측은 “이번 선고는 삼성생명 등 다수 보험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즉시연금 공동소송 재판에서 가장 먼저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라 의미가 크다”며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 건에서도 승소 판결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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