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라임자산운용 부실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무더기로 중징계가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증권사 CEO들의 자리를 물리거나 재취업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내렸지만, 유일하게 남은 임기를 버젓이 채우겠다는 인물이 있다.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의 나재철 회장이다. 

금감원은 최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 ‘문책경고’ 등을 내렸다. 증권사에도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지점 폐쇄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

금융위원회를 거쳐 중징계가 확정되면 해당 CEO들은 향후 3~4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 퇴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투협은 제재심 결과가 나온 직후, 나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징계가 금투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투협은 증권사가 아닌 민간 유관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취임한 나 회장의 임기는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태에 대한 책임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징계가 확정되기 전부터 자리보전에 나선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라임사태는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환매 중단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일부 증권사들은 펀드 부실을 알면서도 숨기거나 심지어 고객에게 속여 판매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라임펀드의 주요 판매사로, 라임펀드 설계부터 판매까지 모두 나 회장이 대신증권 대표로 재직할 당시 이뤄졌다.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452곳을 회원사로 둔 금투협은 우리나라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금융단체다. 초유의 금융사기로 불리는 라임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당사자가 업계 대표직을 수행할 자격이 아직도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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