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 보상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앞장서서 키코 배상을 거절해왔던 KDB산업은행이 입장을 바꿀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기업 보상을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키코 분쟁과 관련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고려해 보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씨티은행도 이사회를 열고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대해 보상을 하기로 했다. 다만 두 은행은 보상금 지급 대상 기업과 보상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고, 상품 위험 대비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주장해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키코가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를 뒤집고 지난 2019년 12월 은행 6곳에 피해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배상금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6개 은행 중 조정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 단 한 곳뿐이었다.

금감원은 나머지 147개 피해 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이에 은행권은 공동으로 배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렸다. 은행협의체는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씨티·SC제일·HSBC·대구은행 등 10곳으로 구성됐다.

이번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의 일부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금 지급도 은행협의체 논의의 연장선상으로 결정됐다. 보상금 지급 대상도 금감원 분쟁조정 기업이 아니라 자율조정 기업이 대상이다.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의 보상금 지급 결정으로 다른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보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산업은행의 경우 이동걸 회장이 키코 배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혀온 만큼, 이런 은행권의 보상 움직임을 따라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산은은 키코 판매 은행 중 유일하게 배상 자율조정 은행협의체에 불참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명백히 불완전판매한 혐의가 없다”며 “배임에 상관없이 (배상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코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이 늦게나마 금감원 배상 권고를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솔선수범을 한 것을 환영한다”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도 피해기업 배상에 응해주고 은행협의체에 즉시 가입해서 국내에 있는 모든 외국은행들과 시중은행들 앞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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