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평판의 허와실 - CJ대한통운] 'ESG경영' 성적표는 'A'…사망자 속출,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긴장'
[기업평판의 허와실 - CJ대한통운] 'ESG경영' 성적표는 'A'…사망자 속출,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긴장'
  • 한행우 기자
  • 승인 2020.12.23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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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J대한통운 6명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2018년 아르바이트생 감전사 등 사망사고 끊이지 않아
2020년 담합 적발만 5건, 경각심 없단 지적

최근 국내·외에서 ESG(환경, 사회적가치,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이 각종 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고,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비재무적 측면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왔다. 사실 크게 보면 ‘기업평판’이라는 오래된 이슈의 최신 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윤리경영, 사회공헌, CSR, CSV, 이해관계자관리 등 어떤 명칭을 붙인다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기업의 평판이나 이미지 관리를 통한 포괄적인 양(+)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거나 주가관리, 투자유치 등을 위해 소위 이미지 세탁이나 ‘그린워싱’ (Greenwashing)등 부정적인 행위를 감추려는 방패막이로 이용해 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 매체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실제 기업별 발생이슈와 기업평판, 그리고 현실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10월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를 하고있다.(사진=뉴시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10월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를 하고있다.(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이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매출 11조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이커머스 강자 네이버와 손잡고 물류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절대 강자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비해 기업평판 관리나 최근 대두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적가치, 지배구조)경영의 측면에서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록 회사 직원들은 아니지만 배송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고, 작업장 내 사망 등 중대재해를 비롯해 산재 사고도 빈발해 ‘가족친화기업’, ‘노사문화 우수기업’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또 입찰과정에서의 담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져 당국의 적발 건수만도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다. 

회사는 코로나19 특수, 배송노동자는 과로사

CJ대한통운은 명실상부 국내 1위 물류기업이다. 택배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과점기업으로 시장 선도에 대한 책임도 크다.

물류시장은 어느 때보다 바빠졌지만 기업들은 고객 선점을 위해 ‘더 빠른 배송’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3분기(잠정실적) 2조7745억원의 매출과 9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8%, 4.3%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75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무려 265.3% 급증했다.

그 사이 배송노동자들은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쓰러져갔다. CJ대한통운은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구조적 타살’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박근희 대표는 지난 10월22일 배송노동자의 잇단 사망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결단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에도 또 한 명의 CJ대한통운 배송기사 사망소식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지난 10월22일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비롯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 오늘 보고 드리는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CJ대한통운은 우선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물량을 분담해 개별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전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를 내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하기로 했다.

매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CJ대한통운이 전액 부담키로 했다.

산재 무신경 수준…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목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사망사고가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이다. 처벌 또한 경미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지난 2018년 8월 대전 대덕구 문평동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컨베이어 벨트 아래를 청소하던 2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 인근에서 감전사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물류센터에는 사고 이후 두달간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이뤄진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 수십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됐으나 사업주인 CJ대한통운은 당시 과태료 650만원을 내는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또 이후 경찰의 사고 조사 과정에서 감전 사고 지점에 누전차단기가 설치돼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던 셈이다.

그 해 같은 달 30일에는 충북 옥천군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이어 10월에는 감전사고가 있었던 대전 대덕구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달 사이 세 명이 사망한 것이다.

현장을 조사한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당시 작업장엔 있어야 할 교통 유도자가 없었다. 대전고용노동청은 해당 물류센터에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듬해인 2019년 3월에는 이 대전물류센터에서 노동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생 감전사 책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여만인 2020년 7월24일 실형선고를 받았으나 11월 항소심에서 석방됐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계속되는 CJ대한통운을 첫 번째로 문제 삼을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은 과로사 대책 이행 상황을 전면 조사해 당장 적극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업계 1위 CJ대한통운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이 동종업계 다른 기업의 택배노동자보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게 받아 재구성한 ‘CJ대한통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4910명 중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한 사람은 올해 7월 기준 3149명으로 64.1%를 차지했다.

올해 6월 기준 CJ대한통운을 뺀 업계 평균 신청률은 58.9%였다. 택배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과 같은 업계의 다른 기업 노동자보다 산재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 8일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씨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재보험 적용제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담합 사례는 '국가대표급'

담합에 대한 CJ대한통운의 기록도 놀라울 정도다.

2019년 9월에는 변압기 운송입찰 담합으로, 다음달인 10월에는 수입현미 18년 운송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2010년부터 약 18년간 이어진 담합 기간은 공정위가 적발한 사건 중 최장기간이다. 그러나 정작 담합을 주도한 CJ대한통운은 스스로 신고해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면한 것으로 알려지며 자진신고 제도가 면죄부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거셌다.

CJ대한통운은 또 올 한해에만 담합으로 5차례나 공정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2020년 1월7일 조선부품 입찰담합 △1월27일 철강 운송 입찰담합이 각각 덜미를 잡혔으며 이어 △2020년 4월 중공업 화물 운송 입찰담합 △2020년 7월 포스코 철강운송 18년 담합 △2020년 12월 수입 농수산물 운송 12년 담합 사례가 각각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수입현미 18년 운송입찰 담합에 이어 포스코 철강제품 운송용역 입찰에서도 18년이나 담합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나 담합에 대한 경각심이나 자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대한통운을 포함,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포스코가 실시한 3796건의 철강제품 운송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7개 회사에 총 460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는데 회사별 과징금으로는 CJ대한통운이 94억55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포스코는 2001년부터 철강 제품을 운송할 사업자를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해 왔는데 7개사는 물량을 종전 수준으로 수주하면서 보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2001년 최초의 입찰부터 담합을 해왔다.

이들은 협의체를 결성한 후 각 회사가 낙찰받을 물량 비율을 사전에 정한 다음 합의 내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회의실에 모여 응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정위 발표가 있은지 약 5개월여만인 지난 12월6일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입 농산물 운송 용역 입찰에서 CJ대한통운을 포함한 12개 회사가 12년 동안 담합을 이어왔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는 몰론, 담합을 주도한 일부 회사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고발 예정인 회사에는 CJ대한통운도 포함됐으며 CJ대한통운에 부과된 과징금은 5억8100만원으로 역시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 중 가장 많았다.

각종 평가지표는 우등생

CJ대한통운은 2017년 처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올해까지 3년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경제·사회·환경적 활동 및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집배점, 운송 간선사, 인력 도급사 등 택배 산업을 이끄는 5개의 주요 주체와 함께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택배상생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ESG경영에 힘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4년과 2016년 각각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았으며 고용노동부 선정 2016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과로사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등으로 계속 문제가 되는 대한통운이 노사문화 우수기업이라 할 수 있나. 선정 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우수기업 선정을 취소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 결과에서 우수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CJ대한통운은 환경부문A, 사회부문B+, 지배구조부문A 등급을 받아 지난해 통합등급 B+에서 통합등급 A로 상향됐다.

ESG 분석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가치와 위험을 평가하는 것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친화적이고 지배구조가 건전할 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CJ대한통운은 ‘UN SDGs(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협회’가 발표한 ‘2020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Business Index)’ 1위 그룹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는 기존 UN SDGs(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평가 지수를 확장한 개념으로 사회·환경·경제·제도 4개 분야와 12개 항목, 48개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활동을 평가한 수치다. 2016년부터 발표했으며 UN HLPF(유엔 지속가능 고위급 정치회담)에서 공식 의견서로 채택된 글로벌 지속가능평가지수다.

반면 전혀 다른 평가도 있다.

서스틴인베스트에서는 올해 CJ대한통운을 D등급(ESG성과 저조)으로 분류했다. 서스틴인베스트의 평가 결과는 7개 등급(AA, A, BB, B, C, D, E)로 분류된다. D등급이라는 것은 비재무적 가치 측면에서 ESG 종합점수가 바닥권이라는 의미다. 특히 올해 다양한 부정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사회적가치 부문에서 상당한 감정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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