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평판의 허와실 - LG화학] '배터리 열풍'에 올라탄 제2의 전성기…가스 누출·수치 조작 '명성 훼손'
[기업평판의 허와실 - LG화학] '배터리 열풍'에 올라탄 제2의 전성기…가스 누출·수치 조작 '명성 훼손'
  • 한행우 기자
  • 승인 2020.12.2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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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가스누출 사고로 인명 피해…인도 현지 진상조사위 "경영진 부주의, 경고시스템 오작동" 지적
지난해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 등 기업 도덕성 문제 '도마 위'
배터리 분사했지만 ESS화재, 자동차 배터리 화재 등 안전성 해결 시급
ESG 평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나 환경 개선 시급

최근 국내·외에서 ESG(환경, 사회적가치,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이 각종 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고,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비재무적 측면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왔다. 사실 크게 보면 ‘기업평판’이라는 오래된 이슈의 최신 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윤리경영, 사회공헌, CSR, CSV, 이해관계자관리 등 어떤 명칭을 붙인다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기업의 평판이나 이미지 관리를 통한 포괄적인 양(+)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거나 주가관리, 투자유치 등을 위해 소위 이미지 세탁이나 ‘그린워싱’(Greenwashing) 등 부정적인 행위를 감추려는 방패막이로 이용해 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 매체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실제 기업별 발생이슈와 기업평판, 그리고 현실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뉴시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LG화학은 LG전자와 함께 LG그룹의 쌍두마차다. 지난 2018년 40대의 젊은 나이에 후계자에 오른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거나 분리시키면서 전자와 화학의 무게중심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제2의 반도체’ 2차전지를 품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에는 2차전지 사업만을 전담하는 'LG배터리솔루션'을 설립해 ‘배터리 드라이브’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는 제2 전성기라 할 정도로 그 기세가 무섭지만 그에 걸맞는 기업평판, 좁게는 ESG(환경, 사회적가치, 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인도에서는 ‘보팔참사’를 연상케하는 대형 가스누출 참사가 일어나 책임자들이 조사를 받고, 국제 시민단체들의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또 국내 공장에서도 가스누출로 사상자가 꾸준히 나오고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미세먼지 저감에서는 LG 답지 않게 수치 조작 등 ESG경영의 기초인 기업윤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인도공장 가스 누출, 예고된 '인재'

올해 5월 LG화학 인도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인근 주민 15명이 중독돼 숨지고 수백명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가 새벽녘 일어난 탓에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인도 경찰 당국은 LG폴리머스 공장 내 5000t 규모 탱크 2곳에서 가스가 샌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공장은 1961년 힌두스탄 폴리스머로 설립됐으며 LG화학에 인수돼 1997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장난감이나 가전제품과 같은 다양한 소비재에 사용되는 다용도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아시아 시민사회단체들은 해당 사건을 ‘보팔 참사’와 비교하며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는 성명에서 “LG는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대책을 마련하라”며 “LG화학의 과실로 인도에서 가스 누출 참사의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NROEV는 아시아 20개국의 100여개 산업재해 피해자단체와 노동조합, 환경·노동단체, 의학·법학전문가들의 연합체다. ‘보팔 참사’는 1984년 인도 보팔의 유니언카바이드 살충제 공장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유출돼 2250명이 사망한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억된다. 

ANROEV는 “희생자들은 보상받고 생존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가해자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화학 본사와 관련 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고,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장 안전 시스템과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LG화학은 사고 직후 현장 수습 및 지원을 위해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장 지원단을 현지로 파견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국내에 남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고 수습을 총괄 지휘했다.

올해 7월 인도 경찰은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LG화학 자회사인 LG폴리머스 법인장과 기술고문, 현지 직원 10명 등 12명을 체포했다. 현지 진상조사위원회가 사고 공장을 조사한 결과 경영진의 부주의와 경고시스템 오작동으로 참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한 결과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부적절한 가스저장고 설계 △저장탱크 정비 노후화 △경고 징후 무시 등 21가지 주요 사고 원인을 열거하고 이 가운데 20가지는 기업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LG화학이 인도 사고 수습에 바쁘던 지난 5월19일, 이번엔 LG화학 대산공단 촉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터졌다. 인도 사고가 발생한지 겨우 열흘 가량이 지난 때였다.

연이은 안전사고에 구광모 LG회장은 충남 서산 대산공장까지 달려왔다.

구 회장은 당시 “최근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안전환경은 사업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중의 기본. CEO들이 실질적인 책임자가 돼 안전환경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8월에는 울산 온산공단에서 화재가 났으며 11월에는 LG화학 여수 NCC(나프타 분해설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해당 공장 전체가 가동 중단됐다.

앞서 LG화학은 인도와 국내 사업장에서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국내 17개, 해외 23개 등 전 세계 40개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위험 공정 및 설비에 대해 우선적으로 긴급진단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긴급진단에서 나온 개선사항은 즉각 조치하고 단기간 조치가 어려운 공정 및 설비가 있다면 해결될 때까지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약속이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겠다’며 고강도 안전 대책을 내놓았지만 크고 작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수치 조작 적발만 1만3천여건

2019년에도 적지 않은 사고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지난해 4월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으로 덜미가 잡혔다. LG화학을 포함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일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한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미세먼지를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라’고 지시하는 등 범국가적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을 속이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어서 기업 도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배출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235곳의 사업장으로부터 측정을 의뢰받아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 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 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은 환경부 발표 직후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대표는 당시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며 “이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화학은 몇 달 후인 2019년 11월에는 사후환경영향조사 일부 미실시로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사후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을 착공한 뒤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환경부장관 등에 통보하는 업무다. 당초 예상했던 환경 영향과 예측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신학철 대표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과 관련해 “LG화학의 경영이념과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이후에도 ‘사후약방문’ 수준의 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 등 산재 '낙제점'…중대재해법 적용 목소리

계속되는 사망사고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청권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지난 5월20일 성명을 통해 “계속되는 사망사고에도 LG화학의 안전관리체계와 기업문화는 바뀌지 않았다”며 “몇몇 중간관리자들만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한다면 LG화학의 허술한 안전관리체계는 수면 아래로 또 가라앉고 말 것이다. 최고경영책임자, LG화학 법인 자체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국회에 대해서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5월 충남 서산의 LG화학공장 촉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진 사건과 2019년 5월 충북 제천의 하청업체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LG화학 연구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 등을 문제로 들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오늘날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이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사업주의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2019년 8월에는 LG화학 폴란드 공장에서 20대 근로자 사망, 12월에는 LG화학 폴란드 배터리 공장 주재원 사망사고가 있었다.

분사시킨 배터리 안정성도 '찜찜'

여전한 배터리 안전성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23차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것만 12개로 나타났다. 

LG화학은 ESS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자 올해 2월 중국산 ESS용 배터리 전량 자발 교체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에너지저장장치 대손충당금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전지부문에서 영업손실 1479억 원을, 2분기에는 영업손실 1280억 원을 냈다. 

5개월을 끌어온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2차 조사’ 결과는 결국 ‘배터리 결함’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업계가 조사 결과를 정면 반박하면서 여전히 ESS 문제는 뚜렷한 원인과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ESS 충전 잔량을 80~90%로 낮추는 대안 말고는 이렇다 할 해답이 없다는 얘기다.

전기차 화재도 비슷한 양상이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코나EV, GM의 볼트EV 역시 화재로 리콜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코나EV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했지만 LG화학은 국토부 조사를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발화 원인이 배터리가 아니라고 정부 조사에 맞서면서도 정작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는 뚜렷한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가정용 ESS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부문만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했다. 

이 과정에서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해 개인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주이익을 무시했다는 반발이 거셌다.

ESG평가지표는 '들쑥날쑥'…환경 '꼴찌수준'

ESG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G화학의 ESG 평가 결과 통합등급은 ‘B’에 머물러 있다. 이는 S, A+, A, B+, B, C, D 등 총 7개 등급 중 5번째로 하위에 속한다.

LG화학의 환경등급은 C, 사회등급은 A, 지배구조등급은 B+다.

KCGS는 ‘C’ 등급을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큰 수준으로 설명한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국내외 ESG 평가 기관이 산출한 코스피200 기업의 ESG 등급의 평균을 수치화해 점수를 매겼는데 LG화학은 여기서 상위 30개 안에 포함됐다.

LG화학은 또 올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이하 DJSI) 아시아퍼시픽 지수와 코리아 지수에 12년 연속 편입됐으나 월드지수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DJSI란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글로벌 기업에 대해 재무 성과, 환경경영, 사회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수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 비교 및 책임 투자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9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9 동반성장지수’에서도 5년 연속 최고 등급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지수는 중소기업들의 대기업 상생경영 체감도 조사와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수준을 5개 등급(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으로 구분한 지표로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매년 1회 발표하고 있다. 

LG화학은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들에게만 주어지는 ‘최우수 명예 기업’ 지위를 지키고 있다.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에서 친환경 역량을 인정 받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 11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매년 진행하는 ‘지속 가능성 어워드(Sustainability Awards)’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BRD는 금융 지원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가운데 지속 가능 경영 성과가 탁월한 업체들을 선정해 매년 지속 가능성 어워드를 진행하며 총 5개 부문에서 각각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금상과 은상, 동상을 수여한다.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에 부응해 LG화학은 배터리 공장 운영을 위한 동력도 재생 에너지로 확보하고 있다. 폴란드 공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미시간주 공장은 올해 7월부터 100% 재생 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다. LG화학은 향후 충북 오창과 중국 남경에 있는 공장도 2025년까지 재생 에너지로 100% 운영할 예정이다. 

<LG화학 주요 평판 지수>
평가기관 평가결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통합등급 B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아시아퍼시픽지수 12년 연속 편입
동반성장지수 5년 연속 최우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지속 가능성 어워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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