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국감에서 기업에 가격정보 제공하지 않았다 고백···기자 상대 소송 제기는 기자 겁박 언론탄압"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이동걸 산은 회장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키코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키코공동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박용관·황택)는 “기자의 입을 막으려고 겁박하려는 언론탄압”이라며 이동걸 회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키코공대위는 전날인 29일 성명을 내고 “이 회장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키코 피해기업에게 가격정보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며 “이는 금감원의 은행 세칙 65조를 위규한 것으로 사실상 불완전판매를 시인한 것이란 사실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 전문가들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 회장은 키코가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며 잡아떼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며 “그는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불완전판매는 아니다’라고 말했고, 바꿔 말하면 ‘불완전판매를 했으나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키코공대위는 “쉽게 말해 ‘술 마시고 운전은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편 것”이라며 “권모 기자는 기사를 통해 이런 이 회장의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한 논리를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포츠서울의 권모 기자는 지난 10월 18일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냈다. 

권 기자는 칼럼에서 이 회장이 국감에 출석해 기업들에 키코를 판매하며 “(키코 옵션의)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시인하면서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라고 말한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이 회장의 논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고, 상품 위험 대비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주장해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키코가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를 뒤집고 지난 2019년 12월 은행 6곳(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에 피해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들 은행 중 조정안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 단 한 곳뿐이었다.

금감원은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이에 은행권은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KB국민·NH농협·IBK기업·SC제일·HSBC은행을 더해 공동으로 배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꾸렸다. 

최근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대해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다른 은행들도 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산은은 키코 판매 은행 중 유일하게 배상 자율조정 은행협의체에 불참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수차례에 걸쳐 키코 배상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키코공대위는 “키코는 현 촛불정권에 의해 2017년 3대 금융적폐로 규정됐고, 그 척결을 온 국민 앞에 공약한 당정청의 실행 정책이었으나 국책은행장이 정권의 대국민 공약을 가장 먼저 불복했다”며 “국민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양심이 있다면 민망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옳음에도 이 회장은 진실을 말한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기자의 입을 막으려고 겁박하려는 언론탄압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키코 피해기업에 사죄하고 배상해도 모자랄 판에, 공익을 위해 기사를 쓰는 기자를 겁박하는 국책은행은 상상하기 어려우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키코공대위는 “더욱이 산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처럼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소송을 위해 대형 로펌에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헛되이 탕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 회장은 가슴에 손을 얹고 국민 앞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에게 △기자를 상대로 낸 소송을 즉각 취하할 것 △본인이 고백한 것처럼 산은이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바, 이는 곧 불완전판매 임을 공식 인정할 것 △지금까지 키코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으며 키코 배상을 늦추는 배상 알박기를 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 △즉각 키코 보상을 위한 은행협의체에 참여해 피해기업에 대한 마땅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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