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뀐 미국, ITC 최종 판결에 관심 가질지 미지수
소송전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내 불법 취업 문제 불거져 '곤혹'
ESG 경영에 힘 실어주는 조직개편, 임원인사 단행

최근 국내·외에서 ESG(환경, 사회적가치,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이 각종 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고,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비재무적 측면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왔다. 사실 크게 보면 ‘기업평판’이라는 오래된 이슈의 최신 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윤리경영, 사회공헌, CSR, CSV, 이해관계자관리 등 어떤 명칭을 붙인다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궁극적으로 기업의 평판이나 이미지 관리를 통한 포괄적인 양(+)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거나 주가관리, 투자유치 등을 위해 소위 이미지 세탁이나 ‘그린워싱’ (Greenwashing)등 부정적인 행위를 감추려는 방패막이로 이용해 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 매체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실제 기업별 발생이슈와 기업평판, 그리고 현실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뉴시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분사 이후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한차례 ‘조기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경우 패소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겨온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다시 불확실해졌다.

실제 2020년 10월에는 LG화학 고위 임원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송에 끼어들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트럼프, 한국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영업비밀 보호는 미국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ITC 판결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앞서 이 매체의 칼럼니스트 ‘홀만 젠킨스’가 조지아주에 2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ITC(미국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 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 양사가 합의하는 게 낫겠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데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장 전무는 “무역-비밀보호와 경제 활성화 관계에 대한 홀만 젠킨스의 기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의 무역정책을 포기하고, 외국의 지적재산권 ‘약탈범’을 처벌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최종 판결이 미뤄지는 사이 미국은 대선을 치렀고, 정권이 바뀌었다.

선거 불복, 의사당 난입 등 트럼프와 격전을 치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사 소송에 관심을 둘지, 최종 판결에 개입할 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약 600여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오바마 행정부 출신 자문위원을 최근 영입해 눈길을 끌고있다. 미국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환경보호 전문가인 캐롤 브라우너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캐롤 브라우너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환경보호국(EPA) 국장을 역임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실 디렉터로 일했다.

배터리 사업 성장에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명운걸린 '美 ITC 판결'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 가운데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앞서 2019년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해 대법원이 LG화학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ITC가 지난 2019년 5월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이후 양사 소송전은 점차 판이 커졌다. 2019년 6월,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어 2019년 9월에는 미국에서 LG화학과 LG전자를 동시에 제소했다. 이후 LG화학의 맞소송, SK이노의 추가 소송, 다시 LG화학의 맞소송 등이 맞물리면서 상황은 보다 어지러워졌다.  

판세는 점차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데 이어 2020년 8월, 국내 법원 역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제기한 소 취하 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 중 LG화학이 포렌식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를 외부로 무단 반출했다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도 미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 부제소 합의에 따라 LG화학이 제기한 배터리 특허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 역시 ITC에서 기각됐다.  

미국특허청 특허심판원(이하 PTAB)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심판 8건 모두에 대해 조사 개시를 거절하는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ITC 최종 판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ITC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압박할 카드 하나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특허 침해 건과 별개로 오는 2월10일 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 예정돼있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이미 지난해 10월5일→10월26일→12월10일→올해 2월10일 등 세 차례 미뤄진 만큼 이번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서 잇따른 잡음…'불법 취업' '사망사고' '담합'

미국에서 소송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불법 취업 문제도 불거졌다.

2020년 8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공장 현장에 한국인 근로자들이 불법 취업해 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州) 차원에서 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 면제, 부지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한국기업에 제공했는데 정작 한국인 근로자들의 불법취업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주장이 현지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더그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주)이 조사를 요청한 이후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13명을 전격 체포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보다 앞선 2020년 5월 말에도 한국인 근로자 33명이 미국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에서 추방된 사례가 있다. 이들은 SK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을 시도했으며 미국 현지 2·3차 협력업체가 한국인 근로자들을 불법으로 파견 받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2차·3차 협력사가 한국인을 불법으로 고용했는지는 알 수 없는 문제이고 그들을 직접 관리·감독할 권한도 없는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원청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조사가 필요할 경우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미국 ITC에서 재판을 진행 중인만큼 현지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2020년 11월,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는 공장 건설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확진자와 함께 근무한 밀접접촉자를 격리하지 않고 근무에 투입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모든 근로자가 진단 검사를 받았으나 격리나 작업 중단은 없었다는 것이다. 불안감을 느낀 일부 한국인 직원들은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귀국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법인인 ‘SK에너지 아메리카’가 휘발유 가격담합 혐의로 현지에서 피소되기도 했다. 사실상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SK이노베이션 본사 차원의 관리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02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SK에너지 아메리카와 네덜란드 석유트레이딩 업체 비톨을 휘발유 가격담합 혐의로 주 대법원에 기소했다. SK에너지 아메리카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의 손자회사다.

두 회사는 2015년 캘리포니아 토런스 소재 엑손모빌 정유공장의 폭발 사고 당시 가격을 담합해 총 1000만 갤런(3785만 리터) 이상의 휘발유를 비싸게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SK와 비톨이 시장 변동성을 활용해 1억5000만달러(183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에도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가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종결에 따라 벌금 및 배상금 약 1400억원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과거 주한미군에 공급한 유류 중 일부 물량의 가격 담합에 대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았으며 미국 법무부와 조사 종결에 합의하고 벌금 및 배상금 약 1400억원을 납부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다.

잇단 신용등급 강등도 근심거리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 신용등급을 각각 ‘Baa2’에서 ‘Baa3’로 하향 조정했다. SK종합화학 자체 실적 부진은 물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등급 강등 영향도 작용했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부진한 실적과 대규모 설비투자로 내년까지 재무 지표가 취약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우려다.

국내서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AA+를 부여하고 있지만 등급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사실상 AA0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적 가치 스스로 저평가 '눈길'…ESG 평가 '우수'

SK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직접 공개하고 있는데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직접 마이너스 평가를 내리기도 해 주목 받았다.

SK는 지난 2019년 5월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3개 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2018년 기준)를 공개한 바 있다.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측정해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SK가 측정한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는 1조1610억원이었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국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로 구분됐다.

구체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고용, 배당, 납세 등이고,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에 대한 것이다.

부문별로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마이너스(-)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기록했다.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때문에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평가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받았다.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로 모두 우수한 평가를 거뒀다. 2020년 11월에는 고용부 주관 ‘일·생활균형 실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부터 2018년까지 ESG 평가에서 B+에 머물렀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 3사의 수질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초과 등 총 5건의 환경법령 위반을 문제 삼아 ESG등급 하향을 결정했다. 2017년 9월 울산시가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을 점검 및 단속한 결과, SK종합화학·SK에너지·SK루브리컨츠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것.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해 구조원은 SK이노베이션의 환경등급을 B+에서 B등급으로 하향조정했다. ESG 통합등급 역시 A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당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는 4년 연속 ‘DJSI 월드’ 기업으로 선정됐다.

유동자산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25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돼 상위 10%만 DJSI 월드기업으로 선정된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17개 기업이 DJSI 월드기업으로 선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및 가스 분야에서 DJSI월드와 DJSI 아시아퍼시픽, DJSI 코리아 지수에 4년 연속 편입하는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밸런스 2030’을 비전으로 적극적인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인 2020년 12월에는 ‘ESG 경영 완성’을 위한 조직개편·임원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전사 성장 전략인 ‘그린밸런스 2030’의 구체적인 방향으로 그린 에너지와 그린 소재를 각 사업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기로 하고 이에 따른 파이낸셜 스토리를 추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ESG경영 실행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가치 담당 조직을 ESG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SK에너지에는 친환경 프로젝트 담당을, SK종합화학은 그린비즈 추진 그룹을, SK루브리컨츠는 그린 성장 프로젝트 그룹을 신설해 각 자회사 차원에서도 ESG 경영을 강력하게 실천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주요 평판 지표
평가기관 평가내용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종합등급 A
미국 S&P다우존스 4년 연속 'DJSI 월드기업' 선정
고용노동부  '일·생활균형 실천 우수기업'
동반성장위원회 자회사 SK종합화학 8년 연속 동반성장 우수기업 '최우수' 등급
환경부  SK이노베이션 '맹그로브숲 복원사업' 장관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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