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본부장 당시 "뚜레쥬르와 함께할 것" 협의
'구원투수' 떠난 CJ푸드빌, 매각설 짙어질까 우려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와 CJ푸드빌이 전개중인 브랜드 (사진=CJ푸드빌 제공)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와 CJ푸드빌이 전개중인 브랜드 (사진=CJ푸드빌 제공)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뚜레쥬르 매각을 앞둔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의 거취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베이커리본부장직을 수행해 왔던 김 대표가 뚜레쥬르 매각 시 사모펀드가 인수한 뚜레쥬르 대표직을 맡을지, 아니면 CJ푸드빌에 남아 빕스, 더플레이스, 계절밥상 등 나머지 브랜드들로 외식사업을 이끌어 갈지 주목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이 미국 사모펀드 칼라임과 뚜레쥬르 매각을 두고 최종협상을 진행 중이다.

CJ그룹 측은 “정확한 매각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양사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인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CJ그룹 정기 인사에서 CJ푸드빌 신임대표로 발령 난 김찬호 대표는 CJ푸드빌의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위기에 몰린 CJ푸드빌의 체질 개선과 실적 향상을 이뤄낼 인물로 주목을 받고있다.

하지만 대표 발령 전 3년간 베이커리본부장을 맡아온 그는 지난해 뚜레쥬르 매각 이슈로 CJ그룹과 점주협의회가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사모펀드에 매각 되더라도 뚜레쥬르와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점주협의회 측은 지난 9월 법원에 신청한 뚜레쥬르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며  입장문을 통해 당시 김찬호 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이 뚜레쥬르에 남는다는 것을 핵심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찬호 대표는 이제껏 맡는 사업마다 실적 개선을 이뤄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CJ푸드빌 대표로 발령 후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CJ푸드빌에서 그가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던 2016년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2% 증가했으며, 투썸플레이스 본부장 시절에도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김 대표가 투썸플레이스의 본부장을 맡았던 2016년 CJ푸드빌의 영업적자는 23억원을 기록했지만 투썸플레이스의 영업이익은 300억원에 달했으니 당시 투썸플레이스가 CJ푸드빌의 적자를 메우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투썸플레이스 매각 후 베이커리사업본부장을 맡은 그는 뚜레쥬르 실적개선 역시 이뤄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J푸드빌의 지난해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뚜레쥬르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전년대비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호 대표는 베이커리본부장 시절부터 점주협의회 측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오며 신뢰를 쌓아왔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세심하고 꼼꼼한 모습에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뚜레쥬르 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김찬호 대표가 본부장으로 부임하고 3년간 뚜레쥬르의 변화를 지켜보며 믿음을 갖게 됐다”며 “처음에 사모펀드 매각소식을 들었을 때는 부정적이었지만 김찬호 당시 본부장이 함께 한다면 믿고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해 매각 금지 가처분 취하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찬호 대표가 뚜레쥬르 매각 시 함께 거취를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대표직과 베이커리본부장직을 겸하고 있는 김 대표는 뚜레쥬르 실무 대표자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직접 참여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정도로 브랜드에 애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로 자리를 옮길 시 제공되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 조건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의 대표직을 맡을 경우 제공되는 회사 지분이나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조건은 매우 좋은 편”이라며 “알짜브랜드가 모두 빠진 CJ푸드빌에 남아 있는 것 보다 뚜레쥬르 대표직을 맡는 것이 김찬호 대표 개인으로는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는 베이커리본부장이었으나 이제는 CJ푸드빌 대표로 발령이 난 만큼 그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작년에는 뚜레쥬르 브랜드만 책임지는 상황이었다면 현재는 CJ푸드빌에 속한 모든 외식브랜드를 총괄하는 입장인 만큼 거취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더욱이 지속적으로 CJ푸드빌 매각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김찬호 대표까지 발을 빼 버리는 상황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CJ푸드빌의 매각수순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회사가 매각될 때 대표가 함께 이동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회사 내 브랜드를 매각하면서 회사 대표가 브랜드를 따라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꼬집었다.

김찬호 대표 발령 당시 CJ푸드빌 정상화를 위한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던 CJ그룹 측은 아직 인사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 이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직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인사문제를 논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 한다”며 “매각이 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상황에 맞춰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CJ푸드빌은 일각에서 제기된 CJ푸드빌 ‘통매각설’ 및 CJ제일제당 흡수설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뚜레쥬르가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빕스,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등 남은 브랜드들이 현재 실적개선을 이뤄내고 있는 만큼 각각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통매각설이나 계열사 흡수설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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