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사업경쟁력 현격히 낮추는 조건 수용 불가"
LG에솔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 와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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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과 관련해 상대 측(LG에너지솔루션)의 무리한 요구 조건은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가해자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양사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1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이번 사안을 심층 검토하기 위해 지난 10일 오후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감사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 등으로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ITC는 지난 2월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의 손을 들어줬다. SK 측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됨에 따라 최대 10년 간 미국 내 배터리 수입을 금지키로 했다.

특히 3월5일 공개된 최종 의견서를 살펴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관련 기술·정보를 독자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SK의 증거인멸이 조직적이고 전사적으로 자행되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다.

최우석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대표감사위원은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방어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상 경과에 대해 보고받고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용하기 힘든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합의가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LG가 3조~5조원대의 합의금을 고려하는 반면 SK는 수백억원대를 제안하면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양사가 제시한 합의금이 알려진 대로 조 단위의 차이가 난다”고 인정한 바 있다.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합의보다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기대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이사회 역시 무리한 수준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침으로써 양사간 협상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공신력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영업비밀을 통째로 훔쳐간 것이 확실하다고 최종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며 “증거를 인멸하고 삭제하고 은폐한 측에서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합의의 시작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글로벌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당사의 제안을 가해자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불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경우 최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합의사례와 같이 현금, 로열티, 지분 등 주주와 투자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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