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동아제약의 성차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튜브 마케팅으로 불거진 이번 동아제약의 성차별 논란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고, 동아제약은 이 문제에 상징적인 기업으로 떠올랐다.

어제(22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동아제약 사태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면담하고 성평등한 채용에 협력해 달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청년층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박카스’ 광고와 더불어 ‘대학생 국토대장정’ 등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수년간 ‘대학생 선호도 조사’에서 제약사 1위를 차지해온 동아제약이 이제는 ‘성차별’을 대표하는 기업이 된 것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까지 대학생들이 실시하는 조사에서 사회공헌도 부문 3년 연속 1위, 취업선호도, 고객만족도 부문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그 어느 제약사보다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처럼 대학생들은 가장 일하고 싶은 제약기업으로 동아제약을 꼽아왔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정작 회사는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친절한 기업이 아니란 것만 입증한 꼴이 됐다.

그날의 면접을 위해 최소 며칠은 준비했을 면접자에게 군대에 안 갔으니 월급을 깎아도 되겠느냐는 질문은 ‘대놓고’ 조롱하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라 짐작된다. 같은 날 면접을 봤다는 남성 지원자가 기억하는 질문과 여성 지원자가 기억하는 질문의 구체적인 내용에 온도차가 있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이지 않을까.

설사 남성 지원자의 말처럼 사실은 병역이행 기준에 따른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징병제와 군 가산점에 대한 것은 지원자의 정치사상을 검증하려 하는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면접에서 해서는 안 될 질문임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최근 한 게임회사도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사상검증이 될 수 있는 질문을 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채용에서 결국 여성이 3명 합격하고 남성이 1명 합격한 것으로 이번 문제를 호도시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날 동아제약 면접에서 부적절한 질문으로 인해 여성 지원자가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론이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기 마련이다. 젊고 건강한 기업, 청년을 응원하는 기업이미지로 오랜시간 자리매김 해왔던 동아제약은 이번 사태로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기업임을 인식시켰고, 이미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동아제약 불매리스트가 올라와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재 기업이 불매운동을 겪을 시 타격이 매우 큰 반면 제약사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약은 소비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처방해준 품목을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이처럼 처방을 통해 구매되는 전문의약품이 매출의 주를 이루기 때문에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소비자들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의약외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주 사업 분야로 하고 있다.

실제 동아제약의 제품 중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의약외품인 ‘박카스’이며 이밖에 주요 제품으로는 판피린, 가그린, 모닝케어, 템포 등이 있다. 얼마든지 대체가능한 제품이 존재하는 품목들이다. 즉,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대중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동아제약은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국내 대표적인 제약사 중 한 곳이다. 이번 사태가 쉽게 잊혀질리 없다는 의미다.

인사팀장 개인이 매뉴얼을 벗어난 것이라고 사안을 축소해오던 회사는 결국 논란이 발생한 지 약 보름이 지난 후 최호진 대표 명의의 공식사과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논란이 발생할 경우 수일 내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반적인 기업들의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논란을 일으킨 영상 게재 후 영업일 기준 이틀 만에 신속하게 인사팀장을 징계 처리했던 회사가 공식사과를 하기까지는 보름이나 걸렸다. 그 시간동안 회사는 동아제약이 여성에게 얼마나 불친절한 회사였는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됐다.

그 기간 시민단체는 회사 앞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고, 피해자는 회사의 안일한 태도에 또 한 번 분노했다. 공식사과를 미루는 보름이라는 시간동안 회사는 과연 무엇을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

이 사태가 잦아들길 기다린 것인지, 아니면 진짜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프게 고민한 시간이었는지 기자는 알 수 없다. 부디 그 답이 후자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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