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77.78% 사멸?…"세포실험 결과 정확한 데이터 될 수 없어"

(사진=이해선 기자)
(사진=이해선 기자)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남양유업(003920, 대표 이광범)이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세포실험 결과만으로 마치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표를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될 수도 없는 세포실험 결과만으로 대대적인 심포지엄을 개최, 투자자들을 오인하게 함으로써 주가만 띄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어제(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완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은 개의 신장 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저감률이 99.999%로 나타났으며,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했더니 바이러스 저감률은 77.78%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장 마감 30분을 남겨두고 해당 발표 내용이 알려지며 어제 남양유업 주가는 8.57%(3만원) 오른 38만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덩달아 유산균 음료를 출시하는 매일유업, 빙그레 등도 시간외 각각 7%, 5% 등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남양유업의 발표내용이 임상도 되지 않은 실험실 내 세포실험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포실험 결과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참고만 할 뿐 그 데이터를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식초나 소주 등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투여해도 99.999% 사멸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남양유업의 이번 발표에 난색을 표한 건 마찬가지다. 남양유업 발표 후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번 발표에서 다음 단계인 동물실험 일정을 비롯해 후속 임상에 대한 계획에 대해 전혀 언급한 바 없다. 단지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음을 강조했을 뿐이다.

남양유업이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세포실험 데이터만을 내세운 발표로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주가를 띄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속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제약 중심으로 이뤄지는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를 식품회사에서 진행하면서 발효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며 “후속 실험계획에 대해서 연구소에 확인 결과 마우스가 모이는 대로 두 달 내에 동물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실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경우 단계를 밟아 임상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경우 주가에 민감하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데이터를 공개하려면 임상을 거친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했어야 오해의 소지가 적었을 것”이라며 “세포실험 결과를 두고 정확하다고도 볼 수 없는 데이터를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 초반 전일대비 25% 이상 급등하며 48만9000원까지 올랐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13시12분 현재 0.13%(500원)오른 38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네이버금융)
(사진=네이버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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