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본사. 사진=최은지 기자 
남양유업 본사. 사진=최은지 기자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불가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케팅의 역풍을 맞은 남양유업이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유업계에 새로운 지각 변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지 22일만이다.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이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기에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해당 주장을 일축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 남양유업, 아직 남은 숙제가 많다. 
문제는 회장직의 사퇴가 소비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홍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도 해당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별도의 경영 쇄신 방안 등 현실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퇴를 했지만 경영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경영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남양유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홍 회장으로 51.6%를 보유하고 있고, 홍 회장 일가 주식을 합하면 53.0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약처로부터 받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행정처분·고발도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을 예정이다. 식약처가 해당 고발과 함께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세종시는 이달 24일께 청문회를 개최해 남양유업의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영업정지는 2개월, 과징금은 약 8억원대로 추정된다. 

영업정지 처분 대상이 될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곳으로, 영업정지가 되면 불가리스뿐만 아니라 해당공장에서 생산되는 유제품, 분유, 치즈류 등 모든 제품의 생산이 멈추게 돼 올해 남양유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유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세종공장 영업정지 여부와 더불어 불매운동 장기화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와 함께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의 화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남양유업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협의 등과 함께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이번 사태로 고객의 신뢰와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요 경쟁사인 매일유업, 빙그레, 동원F&B 등이 반사이익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태 당시 매출이 크게 하락해 국내 우유업계 2위 자리를 매일유업에게 내어준 바 있다. 

업계에서 변화가 클 것이라고 주목하는 곳은 유업계 내에서의 발효유 시장이다. 이 시장은 브랜드간 차별성이 크지 않고 유사한 만큼, 불가리스를 구입하던 소비자들도 쉽게 대체 제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효유 시장 규모는 5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했다. 남양유업은 18.3%로 업계 1위를 기록했으며, 빙그레가 16.1%로 2위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남양유업의 경우 계속해서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논란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진 만큼 업계내에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경쟁사들은 자연스레 수혜를 받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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