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규모 확대" vs 쿠팡 "배송비가 추가되면 더 이상 최저가 아냐"
최저가 전쟁의 관건은 누가 더 '오래' 지속하는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우). 사진=신세계그룹, 쿠팡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유통업계의 최저가 전쟁이 끝을 모르고 가열되고 있다.

반(反) 쿠팡 연합 이마트가 최근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의 규모를 확대해 다시 한번 최저가 전쟁의 규모를 키우면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대상 품목을 기존 500개에서 2000개로 확대하고, 일별 적립금 한도는 300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의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는 대상 상품의 가격을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과 가격을 비교해 타사가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경우, 차액을 ‘e머니’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이마트 고객은 생필품 구매 후 이마트앱을 통해 비교 채널보다 더 비싸게 산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으며, 구매한 상품 가격이 같거나 더 저렴하면 해당 상품을 최저가로 구매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하게 된다. 즉 이마트 고객은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해당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이마트의 가격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상무는 “이마트는 더 많은 고객이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과감한 가격투자를 단행했다”며 “이마트는 앞으로도 소비자 이익을 위한 가격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했다.

이같은 최저가 전쟁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쿠팡이었다. 쿠팡은 지난달 초 정해진 기한없이 ‘로켓배송 상품 무조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캠페인이 지속되는 동안, 쿠팡은 월 2900원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 가입하지 않아도 쿠팡이 사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상품을 대상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별도의 신청 없이 이벤트 기간 '로켓배송', '로켓와우', '로켓직구' 마크가 붙은 전상품에 무료배송 캠페인이 적용된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최저가 상품이라도 배송비가 추가되면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라는 파격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모든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쿠팡만이 사실상 ‘최저가’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이는 신세계그룹(이마트)과 네이버가 손잡고 출범한 반 쿠팡 연합에 ‘무료배송’라는 파격적인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온·오프라인 유통시장 공략을 위한 연합군을 결성한 바 있다. 

쿠팡은 "이번 캠페인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막상 주문을 하려고 보면 배송비가 추가돼 더이상 최저가가 아니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저가 전쟁, 누가 더 '오래' 지속하나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최저가·무료배송 등 행사의 기한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행사를 포기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관건은 어느 회사가 기업의 자본력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어느 시점까지 고객에게 최저가의 만족감을 지속 제공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 실적을 감안하면, 이마트가 치킨 게임의 승자로 더 우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쿠팡보다 각각 1조1688억원, 4532억원 더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5조8958억원, 123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1%, 154.4% 증가했다. 쿠팡을 포함한 이커머스, 경쟁사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018년 이후 3년만에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이 의미있다. SSG닷컴의 영업 손실 또한 31억원으로 전년 대비 84.2% 적자가 감소했다. 

쿠팡의 실적도 꽤 고무적이다. 쿠팡은 12일(현지 시각)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약 4조7271억원(42억달러)을 기록했다고 뉴욕 증시에 공시했다. 고객 수와 1인당 구매 금액인 객단가가 함께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영업손실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쿠팡의 1분기 영업손실은 3300억원(2억9503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이와 관련 쿠팡은 물류센터 확충 등 투자와 고용 비용이 많이 늘었고, 기업공개(IPO)때 직원들에 대한 주식 지급 등 일회성 보상 비용도 발생해 적자 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번에 영업손실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쿠팡의 흑자 전환 시점이 예상보다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손실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장기적인 최저가 경쟁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매각이 진행중인 이베이코리아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 측의 치킨게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될 경우, 이번 게임의 승자는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