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홍 전 회장 일가 2명 사내이사 사임
남양유업의 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홍 전 회장, 경영권과 분리 사실상 '불가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를 과장해 이익을 취했다는 비판을 받은 남양유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대 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의 일가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핵심인물인 홍 전 회장의 등기이사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대해 “현 이사회 내에 대주주 일가인 지송숙, 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향후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홍 전 회장은 "대주주 지분구조까지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비대위에 밝혔다.

◆ N번째 발표에 담길까, 아니면 이대로 없을까
홍 전 회장의 움직임이 남양유업의 경영 쇄신 행보에 있어 핵심인 이유는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의 대주주인 동시에 이사회에 남아있는 이상, 경영으로의 분리가 불가능해서다. 즉 표면적으로는 경영권에서 물러났지만, ‘간접 경영’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일 홍 전 회장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날 홍 전 회장 일가로 구성되어있는 이사회의 구조와 50%가 넘는 홍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일종의 ‘쇼’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현재 남양유업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홍 전 회장과 모친인 지송숙 여사, 홍 전 회장의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까지 총 4명으로, 이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홍 전 회장 일가다. 

지분 구조도 문제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 회장(51.68%)을 포함해 부인인 이운경(0.89%)씨, 동생 홍명식(0.45%)씨, 손자 홍승의(0.06%)씨 지분을 합치면 총수 일가 지분이 53.08%에 달한다. 이는 홍 회장이 사퇴했음에도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만큼 영향력은 변함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남양유업이 보유한 계열사도 홍 전 회장의 영향을 받는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계열사인 금양흥업과 건강한사람들에서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 계열사 모두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양흥업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계열사이며, 건강한사람들은 음료제조업 회사로 남양에프앤비의 변경된 사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남양유업의 ‘쇄신’을 위해서는 홍 전 회장 일가와 남양유업간의 경영 분리와 지분 정리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해당 내용을 포함한 경영 쇄신안이 언제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이후 2차례 입장을 발표해왔다. 첫번째는 긴급 이사회를 진행한 결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영 쇄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발표다. 또한 홍 전 회장 등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초 긴급 이사회 내용 중에 홍 전 회장의 이사 사임 및 지분 매각 소식이 담길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해당 내용은 부재했다. 

두번째는 그 ‘요청’에 대한 대답으로 홍 전 회장 일가가 이사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장직 사퇴에 따라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홍 전 회장 본인의 사임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한 발표도 역시 부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장을 정재연 세종공장장이 맡은 것과 관련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위가 근본적인 경영쇄신을 하기 위해서는 홍 전 회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외부인사가 위원장을 맡는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당장 급한 불이라고 볼 수 있는 세종공장의 영업정지에 대응하는 목적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양유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당했다. 이와 동시에 식약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을 요청했다. 이에 세종시는 다음달 24일께 청문회를 개최해 남양유업의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영업정지는 2개월, 과징금은 약 8억원대로 추정된다. 

영업정지 처분 대상이 될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곳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세종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낙농가의 약 15%에 해당하는 700여 낙농가가 부담을 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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