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몽준 총가 일가 조선산업 독점 강화…"재벌 아래 조선산업 집중 바람직하지 않아"

[증권경제신문=노지훈 기자] 11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헐값 매각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공정위의 고심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고용·산업 위기, 불공정 문제 해결 없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반대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산업은행 간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이 2019년 체결된 후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은 “양대 조선사 기업결합이 독과점 형성과 고용위기, 조선산업 내 공급사슬 및 지역경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며 “더욱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국내 조선수주 점유율 50%, 경쟁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25%p 이상으로 경쟁제한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전세계 대형 액화석유가스 운반선과 대형유조선VLCC 발주량에서도 독점이 발생해 조건부승인 결정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이 기업결합이 조건부로 승인날 경우, 독점 해소를 위한 기술이전 또는 사업 축소가 이루어질 수 있어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우려사항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7년, 회사와 조선산업 전반의 공동이익보다는 정몽준 총수 일가의 기업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개편을 단행함에 따라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이미 불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문제가 된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 아래 한국 조선산업을 집중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조처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가가 7조원~12조원 이상의 자원을 동원해 정상화한 대우조선해양을 단지 2조원이 조금 넘는 규모의 조선합작법인 신주와 교환하는 것은 오직 정몽준 총수 일가의 조선산업 독점 강화와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 공정경제 확립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강조했다.

한편 앞서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조선해양(전신 대우중공업)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자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산업은행 관리 하에 4차례나 되는 매각이 진행됐다가 무산된 바 있다.

급기야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고, 이듬해 산은은 4조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정상화에 힘썼다. 이후 산은과 수은은 또 다시 2조 8000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했고, 2017년 정부 역시 대우조선에 2조 9000원에 달하는 신규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12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다행히 2017년 재무상태가 개선되기 시작했고, 17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5974만주)를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이로써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코로나19 등이 창궐하면서 국내외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당초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계약은 계약 체결 후 12개월 이내 완료되지 않으면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 등으로 인수합병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인수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연장하는 수정 계약을 체결 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 2020년 8월과 12월 싱가포르와 중국이 각각 승인한 상태로 수정된 계약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오는 6월 30일까지 기업결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일단 공정위는 앞서 지난 12일 두 기업의 결합심사와 관련해 “해당 기업결합은 EU·일본 등도 심사 중인 사안으로, 관할권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측면이 있어 그런 부분이 검증돼야 한다”며 “(심사 종료가) 언제라고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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