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가입 강요하기도
NH농협은행 "자산관리 서비스 일환"
누리꾼들 "지위 이용해 불법 갑질 영업···수사해야"

(사진=NH농협은행 제공)
(사진=NH농협은행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이 로또 1등 당첨자의 계좌 비밀번호를 구두로 묻고 강제로 적금을 들게 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8일 MBC는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의 사연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A씨는 자신의 로또 당첨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을 찾았다. 

그러나 A씨는 농협은행 직원이 노골적으로 로또 당첨 회차뿐 아니라 어디에서 당첨됐는지 등에 대해서 캐물었고, 이 때문에 로또 당첨금 찾으러 온 사실을 수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황당한 상황은 당첨자 전용 창구에서도 이어졌다. A씨는 당첨금을 받기 위한 통장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농협은행 직원이 구두로 비밀번호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고객의 계좌 비밀번호는 직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직접 단말기에 입력하게 돼 있다.

A씨는 “너무 이상했지만 돈은 받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구두로 비밀번호를 말했다”고 전했다. 

A씨의 로또 1등 당첨금은 43억원이며, 세금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29억원에 달했다.

당첨금을 총 5억원짜리 연금 상품에 넣으라는 농협은행 직원의 요구도 있었다고 했다. A씨가 거절 의사를 밝힌 뒤에도 해당 직원은 다른 상품에 가입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으며, 결국 A씨는 계획에 없던 적금을 개설해야 했다. 이 적금 통장의 비밀번호도 직원이 직접 입력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당첨금을 받기 전 또 다른 1등 당첨자 2명이 있었는데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상품들을 강제로 설명하고 가입시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A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정식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측은 비밀번호를 소홀히 다룬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금은 강매가 아니라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비판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성과 올리려는 것이지 무슨 자산관리냐”, “지들 돈을 주는 것처럼 갑질했네”,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영업한 건데 수사해야 한다”, “조직적 관리부실 책임지고 행장 해임시켜라”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로또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행을 여러 개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농협만 특혜를 보고 있다”, “수령 은행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 “독점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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