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억 인수 '코빗' 지난해 말 장부가치 31억원

[증권경제신문=노지훈 기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한달 가까이 폭락함에 따라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던 넥슨의 보유평가금도 480억 가량 증발했다.

9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정오 현재 전날 대비 1.81% 하락한 3779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는데 장중 한 때 3700만원 지지선도 위태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지난 5월 9일 7300만원을 돌파한 이후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14일 최고점이었던 8199만원 이후 비트코인 시총은 최고가 대비 628조원(50%) 수준이 증발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점유율이 40%선도 위태한 상황이다. 통상 비트코인 점유율이 40% 밑으로 내려갈 경우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의 가격 역시 빠르게 하락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암호화폐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왔던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의 영향을 받고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던 넥슨 역시 거듭된 폭락에 약 480억 가량 증발했다.

특히 지난 달 29일 블룸버그는 자사 억만장자 지수가 추산한 김정주 대표의 순자산이 연초대비 19억달러(2조 1천억원) 줄어든 81억달러(9조 300억원)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물론 블룸버그는 일본증시에 상장한 넥슨 일본법인 주가가 곤두박질 친 이유를 크게 꼽았지만, 암호화폐 급락도 김 대표 재산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넥슨은 4월 28일 일본법인을 통해 비트코인(약 1130억원)을 매수했다. 당시 매수한 비트코인의 개수는 총 1717개고, 매수 평균 단가는 약 6580만 원선이다. 당일 고가가 658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에 매입한 셈이다.

동그란 원은 4월 28일 매입당시 시점에 따른 고가 / 현재 비트코인 가격 (표=업비트 캡쳐)
동그란 원은 넥슨이 4월 28일 비트코인 매입당시 시점에 따른 고가 / 현재 비트코인 가격 (표=업비트 캡쳐)

매수 당시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는 “자사의 비트코인 매수는 주주가치 제고 및 현금성자산의 가치 유지를 위한 전략”이라며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사의 현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장기적 안정성과 유동성’을 예상했던 넥슨의 장밋빛 전망은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넥슨이 매수한 4월 28일 이후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5월 9일 7300만원을 기점으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에 불안심리가 작용해 매도세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기업인 중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는 꾸준히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였다. 비트코인 매입에 앞서 넥슨 지주사인 NXC 측은 지난 2017년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인 ‘코빗’의 지분 65%를 인수한 바 있으며 이듬해 룩셈부르크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해오고 있다. 하지만 인수 당시 960억원을 기록했던 코빗의 장부 가치는 지난해 말 31억원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한편 해외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3만 달러(한화 3345만원)를 넘어 2만 달러(한화 2230만원)까지도 폭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암호화폐 업체인 톨백컨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퍼버스는 “최근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3만달러에서 숏포지션에 대량으로 걸어뒀기 때문에 3만 달러가 붕괴될 시 순식간에 2만 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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