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보다는 고객 확보에 집중, '최저가 경쟁' 참여 가능성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위한 실탄, 요기요ㆍ티몬에 사용될까

롯데온 CI. 사진=롯데쇼핑 
롯데온 CI. 사진=롯데쇼핑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전통 유통 강자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롯데온’의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우선 협상자는 사실상 신세계-네이버 연합으로 결정됐다. 롯데는 이번 인수전에서 신세계가 제시한 4조원대 초반보다 낮은 3조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희망가’가 승패를 가른 셈이다. 

이와 관련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검토 결과 보수적으로 인수금액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검토 결과, 인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비용 소요가 컸다”며 “아쉽지만 e커머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은 물론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을 계속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의 롯데온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서, 업계는 나영호 롯데온 대표가 이끌어 갈 '롯데온'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온의 위기감이 더욱 커진만큼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네이버 연합에 인수되면서,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네이버, 신세계의 3강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는 롯데온 사업이 순항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패배로 변화의 계기를 놓치면서 롯데의 절박함도 덩달아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온은 지난해 출범 이후 실적 개선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온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2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1.9% 감소했다. 이에 반해 신세계의 SSG닷컴은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9.8% 늘었다.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이커머스업체 가운데 매출이 줄어든 업체는 롯데온이 유일하다. 

이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롯데는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 대표를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로 영입했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추진해온 온라인 쇼핑몰 전문가로 롯데닷컴 창업 멤버 출신이다. 

나 대표의 전략을 추측할 수 있는 사례로는 롯데온이 지난 4월 출범 1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온세상 새로고침’ 행사가 꼽힌다. 롯데는 해당 행사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대규모 할인전을 진행하고, 검색 기능 보완 등 서비스 품질 개선을 병행했다. 그간 롯데온이 수익성을 중심으로 '흑자'를 내는데 집중해왔다면, 이번에는 고객을 확보해 거래액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행사의 결과는 ‘합격점’이라는 평이다. 행사 첫날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올랐고, 방문 고객 수도 평시 대비 5배 이상 많았다. 특히 구매 고객 중 첫 구매 고객 비율이 15%에 달하며 신규 고객 유치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상, 고객 확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롯데온도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일명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이미 모아둔 '실탄'…M&A 적극 참여하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300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동산(5개 점포 및 물류센터 토지)을 롯데리츠에 양도해 약 7300억원을 확보했다. 약 5개월 동안 확보한 자금만 1조5600억원인 셈이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8615억원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앞으로도 M&A 인수 희망자 명단에 꾸준히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특히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위기를 맞은 만큼,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플랫폼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지난 3월 롯데가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지분 95% 가량을 인수한 ‘중고나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쇼핑은 해당 인수전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중고거래 시장으로의 진출을 예고한 격으로, 롯데그룹은 보유한 유통 및 물류 역량을 통해 단숨에 중고나라의 가치를 몇 배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음주에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요기요 본입찰도 진행된다. 앞서 롯데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만큼 확보한 실탄을 요기요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본입찰을 일주일 연기한 것 또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밀려난 곳이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기를 희망한 것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 하반기 상장 예정인 티몬 인수를 재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티몬이 사실상 매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티몬의 상장과 수익성 개선을 맡아 왔던 이진원 대표가 지난달 사임한 사실 역시 매각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승자의 저주' 우려를 불러올 정도로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차라리 여러개의 중간급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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