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피하기 위해 꼼수 사임?···쿠팡, "3주 전에 사임했다"
소방관 유가족과 물류센터 지원 대책 강구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쿠팡이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온라인 상에서 '쿠팡 탈퇴' 등을 포함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화재 발생 이후 급하게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에 쿠팡은 "등기이사직 사임은 3주 전에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또한 김 창업자가 한국 쿠팡의 모든 공식 직위를 내려놓은 것은 앞으로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며 쿠팡의 해외 진출을 지휘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및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글이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렌드 1위를 기록하고, 관련 트윗이 11만건 이상 게재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쿠팡은 불매가 답이다. 의장이라는 사람이 중대재해법 처벌 피하려고 국내 의장직을 거부한 꼼수를 썼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이 화재 사고 등 안전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또한 처벌하게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꼼수 사임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장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김 의장이 오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비난 가능성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임 공식 발표의 시점 또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아무리 3주 전에 사임했다고 해도 화재가 수습된 상황이 아닌 가운데, 사임 발표를 꼭 했어야 하냐"며 "책임 회피를 위한 사임이 분명하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이와 같은 논란이 일자 쿠팡은 김 창업자의 의장직 및 등기 이사직 사임과 이번 화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창업자의 의장직 및 등기이사직 사임이 3주 전에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창업자가 등기임원에서 사임한 날짜는 화재 발생 약 3주 전인 5월 31일로, 이 사실이 등기부등본에 반영된 날은 6월 14일이다. 화재는 6월 17일 오전에 발생했다. 

또한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 사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소 억울한 모양새다. 쿠팡은 소방당국의 초진 완료 선언 이후, 이날 오전 한 언론사가 김범석 창엄자의 의장직 사임 소식을 단독 보도함에 따라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해 오전 11시께 사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오후 12시 전후해 불길이 재확산됐다.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시스

◆ 쿠팡의 대책 "적극 지원하겠다"

소방당국 및 쿠팡에 따르면 이번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지하층에서 콘센트에 불꽃이 일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7일 오전 5시36분에 화재 사실이 소방당국에 신고조치 돼, 이후 근무자 250여 명 전원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화재 진압을 위해 물류센터 내부로 진입했던 소방관 한 명이 불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쿠팡은 지난 20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소방관 유가족과 물류센터 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쿠팡은 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령 119구조대장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김동식 소방령님 유가족분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게 유족과 협의해 평생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 이번 화재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 소방관님이 조속히 쾌유할 수 있게 모든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이와 함께 마지막까지 구조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헌신한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릴 수 있게 유족과 협의해 순직 소방관 자녀분를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직원들에 대해선 생계에 지장이 없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1700명의 상시직 직원분들에게는 근무할 수 없는 기간에도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단기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분들이 희망하는 다른 쿠팡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전환 배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고 했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이어가겠다고도 전했다. 강 대표는 "이번 화재를 통해 안전을 위한 노력은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화재 예방을 위해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와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진행해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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