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네이버의 다른 사정...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필요성이 더 커

이베이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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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단독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추진힌다. 연합을 맺었던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불참을 공식 발표하면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2일 이베이코리아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신세계와 네이버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참여했다. 투자금의 80%는 신세계, 20%는 네이버가 감당하는 방식이 유력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베이 본사와 신세계가 본격 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네이버가 인수전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고, 이날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인수전 불참을 알렸다.

불참 이유로는 네이버 내부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커머스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이베이코리아가 절실히 필요한 신세계와 기업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이베이코리아 공동 인수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도 네이버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업종에서 1위인 네이버와 3위인 이베이코리아의 기업 결합을 공정위 등 규제 당국이 부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시장점유율은 네이버 17%,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 순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이베이 미국 본사와 단독으로 인수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상 진행 중이다. 

(사진=SSG닷컴 제공)
SSG닷컴 풀필먼트. 사진=SSG닷컴

◆ 네이버는 발 뺐는데...신세계는 왜?
네이버의 불참 선언에도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은 이유는 신세계와 네이버의 사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는 시장 점유율이 17%에 달하며 이커머스 1위 업체가 됐다. 이에 반해 신세계 통합 이커머스인 SSG닷컴의 점유율은 3%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시장 점유율 12%대인 이베이코리아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 하는 경우 SSG닷컴은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업계 2,3위권 기업으로 올라서지만, 네이버는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 프로 야구단을 인수해 구단명을 SSG 랜더스로 결정한 배경에는 SSG닷컴을 알리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플랫폼 W컨셉 인수 역시 이커머스 내 주요 소비층으로 올라선 MZ(밀레니얼+Z)세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또한 신세계가 SSG닷컴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10월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비알브이'와 향후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하면서 조건으로 5년 내 거래액 10조원, IPO(기업공개) 추진 등의 약정을 둔 바 있다.

다만 약 3년이 지난 지난해 SSG닷컴 거래액은 3조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신세계가 반드시 확보해야할 카드였다는 평이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게 되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거래액은 23조9000억원으로, 점유율은 14.8%로 크게 뛴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SSG닷컴 상장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수 이후 신세계와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효과도 거론된다. 특히 양사는 물류 부문에서의 협업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가 전국 오프라인 물류망을 보유한 이마트와 풀필먼트 연량을 가진 SSG닷컴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가 둔화된 이유 중 하나로 물류 역량이 꼽혀왔다"며 "양 사의 협업으로 물류 역량이 강화된다면 신성장 동력이자 강력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으로, 쿠팡(21조원)과 비슷한 규모지만 이베이코리아의 물류센터는 경기도 용인, 동탄, 인천 3곳뿐으로, 신선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콜드체인(저온물류) 시설은 부재했다. 

한편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다음달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아직 최종 인수 가격과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베이 본사가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 입찰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인수 절차가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최종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인수 희망 기업과 개별 접촉,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측과 계약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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