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인베스트먼트 "본계약 가급적 시간 줄여 진행"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중흥그룹 사옥 (사진=중흥그룹 제공)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대우건설 '재입찰' 논란 끝에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차 선정되면서 당초 제시한 인수가보다 2000억원 더 낮은 가격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지난 5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중흥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KDBI 측은 "매각대금, 거래의 신속·확실성, 대우건설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인수가는 2조1000억원 수준으로 낮춰졌다.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예비 대상자로 지정됐다.

앞서 KDBI는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마감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각각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9일 중흥건설이 인수 조건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재입찰이 이뤄졌다. 중흥건설은 당초 인수가보다 2000억원 낮은 2조1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2000억원을 더 얹혀 2조원 가량을 인수가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KDBI는 수정된 인수가와 함께 비가격 조건에서도 중흥건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해외사업 부실을 국내 주택 사업 흑자를 통해 메울 수 있다고 제안했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보상해줄 것을 KDBI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수주잔고 38조원 가운데 8조원이 해외 사업이다. 호반건설은 2017년 해외사업장 부실을 문제로 인수를 철회한바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가격이 높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KDBI가 인수 포기 사태를 우려해 인수가를 조정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덜 받게 된 모양새여서 배임 논란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이대현 KDBI 대표는 "재입찰을 한 적이 없고, 재입찰 원인이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수정 요청을 한 제안자(중흥건설)는 가격 조건 뿐만 아니라 조정 사유, 실사 이후 발견 사항에 대한 손해 배상 등 비가격조건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다"며 이에 "다른 제안자(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게 기제출한 제안 조건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중흥건설이 사후 가격을 낮춘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매도자(KDBI)는 원하지 않지만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원매자에게 있음을 매각 공고에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중흥건설은 경쟁사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2조 가량의 인수가에서 3000억원을 더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 높게 가격 제시를 한 것이 드러나자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이 수정 제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은 약 5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내야 한다. 입찰 보증금은 인수금에 포함되지만 인수를 포기하면 돌려받지 못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3~5주 실사 기간을 거쳐 KDBI와 MOU를 체결한다.

이 대표는 "본계약은 가급적 시간을 줄여 진행해 대우건설의 상처를 줄이고 가능한 한 빨리 안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이번 매각 절차가 졸속 및 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KDBI 측이 입찰가격을 수정했는데 재입찰이 아니라는 건, 술을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다를바 없다"며 "노조 등 당사자 의견이 반영되는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