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자판기 첫 추진은 GS25, 첫 도입은 CU와 이마트24

GS25에서 테스트 도입 추진 중인 무인 주류자판기. 사진=GS리테일
GS25에서 테스트 도입 추진 중인 무인 주류자판기. 사진=GS리테일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편의점 업계에서 치열했던 주류 무인 자동판매기(이하 주류 자판기) 도입 신경전이 일단락됐다. 

가장 먼저 주류 자판기 도입 소식을 전한 곳은 GS리테일(007070)의 GS25였으나, 당초 계획보다 도입이 늦어지면서 실제로 가장 먼저 도입한 편의점은 BGF리테일(282330)의 CU가 됐다. 이후 신세계그룹(004170)이 운영하는 이마트24도 새로운 방식의 주류 자판기 도입을 알리며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 6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업체인 페이즈커뮤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업계 최초로 주류 자판기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본래 주류는 허가받은 장소에서 '대면 판매'만 가능했지만, 최근 주류 자판기가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으면서 무인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의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5월 성인인증을 통해 주류 판매가 가능한 무인 자판기를 실증할 수 있는 업체로 페이즈커뮤, 신세계I&C, 일월정미 3곳을 지정했다. 

다만 주류 자판기 도입 추진 소식 이후, GS25가 계획대로 6월 말 테스트 도입을 진행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도입에 앞서 성인인증과 관련해 추가적인 보완 조치를 진행, 기술 고도화를 이뤄낸 이후에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류 자판기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이유에서다. 

GS25 관계자는 "시스템 보완 작업을 하면서 무인 주류 자판기의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성인인증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좀 더 완벽하게 선보이려는 차원"이라며 "구체적인 도입 날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게 GS25의 주류 자판기 도입을 늦추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GS25가 주류 자판기 도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무인 주류 자판기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무인 주류 자판기를 설치, 운영한다면 부모 주민등록증 등을 악용한 청소년의 주류 구매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CU의 주류 자판기(좌), 이마트24의 AI 기반 주류 자판기(우)

이처럼 GS25의 주류 자판기 도입이 주춤한 사이, 편의점 CU가 먼저 주류 자판기 상용화 소식을 전했다. GS25입장에서는 '업계 첫 도입'이라는 타이틀을 얼떨결에 내어준 격이다. CU는 지난 12일 신세계I&C와 손잡고 CU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서 업계 최초로 주류 판매기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CU에 따르면 해당 주류 자판기의 성인 인증은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운영 중인 PASS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활용한다. 해당 서비스는 나이 등 신원 확인이 필요한 경우, 모바일에 저장된 QR코드나 바코드 스캔만으로 보다 쉽고 빠르게 신분 확인이 가능한 본인 인증 서비스다. 

도입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CU는 "PASS앱에서 지문이나 Pin 번호로 면허증 진위 및 신청자 동일인 여부가 확인이 돼야 등록이 되기 때문에 신분증 도용 및 개인 정보 유출이 원칙적으로 차단되며 휴대폰 내 안전 영역에 정보가 저장돼 위변조 및 탈취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마트24도 주류 자판기 도입 소식을 전했다. 이마트24는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이마트24 본점에 업계 최초로 AI(인공지능) 기반 주류 자판기를 선보였다. 주류 자판기는 크게 일반 자판기, 스마트 냉장고 2가지 모델로 구현되는데, CU가 처음으로 도입한 주류 자판기는 일반 자판기에 속하며, 이마트24가 도입한 주류 자판기는 스마트 냉장고에 속한다. 이에 각각 종목별로 '최초' 타이틀을 가져간 셈이다. 

스마트 냉장고의 경우, 성인인증 후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외부에서 별도의 상품 선택 과정 없이 냉장고 안의 물건을 바로 꺼내기만 하면 AI 비전과 머신러닝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CU는 이달 중 오픈 예정인 2호점에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일 계획이었는데, 이마트24가 이보다 더 빠르게 도입한 것이다. 

한편 편의점 업계가 주류 자판기 도입에 열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매출 향상을 견인할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관련 규제로 인해 완전 무인이나 하이브리드(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 점포에서는 야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주, 맥주, 와인 등 주류 판매가 불가능했다. 이에 최근 주류 자판기 설치가 허용되면서 고객들의 구매 편의를 높이고 점포 효율과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여전히 편의점 내 주류 자판기 도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하는 만큼, 편의점 업계는 주류 자판기 운영에 대해 기술 고도화를 이뤄내 고객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숙제도 직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의 보편화, 최저임금 향상 등으로 인해 주류 자판기를 도입하는 점포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도입 이후 관건은 고객이 가장 걱정하는 보안에 대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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