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전략, 외형 확장 대신 '차별성' 통한 내실 성장 도모
고객 평가는 평균 2점..."개선 필요하다"

현대백화점의 신선식품 즉시배송 서비스. 사진=현대백화점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현대백화점(069960)이 지난해 7월 선보인 온라인 식품 전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쿠팡과 롯데, 신세계 등이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정면돌파를 하기보다 프리미엄을 내세운 틈새 전략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와 소비자 관점에서 이렇다 할 개선점이 없어 '구색 맞추기' 같다는 지적의 공존이다. 

◆ '프리미엄' 식품관을 배송해드립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식품 전문몰 '현대식품관 투홈'의 지난달 새벽투홈 매출은 론칭 첫달 대비 1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즉시배달 서비스인 바로투홈 매출도 287% 늘었다. 이에 오픈 당시 세웠던 목표치를 20% 초과 달성하며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실적 바탕에는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전략이 있다. 올해 초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현재 온라인 시장 경쟁은 상품을 대폭 할인해 경쟁적으로 판매함으로써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비효율적 전략으로 생각된다"며 "동업계와 같은 볼륨화보다는 차별화몰로 이커머스 플랫폼을 육성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외형 확장 대신 차별화를 통한 내실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사례가 현대식품관 투홈이다. 현대백화점 투홈은 자사의 최대 강점으로 곱히는 식품 분야를 활용, '백화점 식품관을 통째로 집으로 배달한다'는 콘셉트로 세상에 나왔다. 경쟁사와 달리 백화점 단독 상품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 

투홈은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델리·베이커리·디저트 등 가공식품 중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상품 4000여개를 선보인다. 또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53개 유명 맛집의 1000여 개 가공식품도 단독으로 판매한다. 

배송 서비스로는 새벽투홈과 바로투홈을 선보이고 있다. 새벽투홈은 서울 전지역과 경기, 인천(일부지역 제외) 등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고객이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까지 배송해 준다. 바로투홈은 백화점 전문 식당가나 델리 브랜드 매장에서 즉석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 프리미엄 신석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icro Fulfilment Center, 소형 물류 총괄대행 시설, 이하 MFC)'를 통해 신선식품 미래형 배송 실험에 나선 것이다. 

이동형 MFC는 도심형 물류 창고로 불리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전기트럭에 탑재한 것으로, 쉽게 말해 '이동성을 갖춘 소형 물류 창고'다. 콜드체인(냉장·냉동 운반 및 보관) 시스템을 탑재해 상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데다, 직접 배송도 가능한 게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활용한 신선식품 즉시배송 서비스를 이달 말부터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품이 이미 적재된 차량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상품을 준비하고 출고하는 과정이 생략돼 신속한 배송이 가능하다"며 "특히 오토바이 등 이륜차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와 달리, 냉장·냉동 보관 중인 상품을 고객의 집 앞에서 꺼내 곧바로 전달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한 상품을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식품관 앱의 평점. 사진=플레이스토어, 애플스토어

◆ 고객 평가는 "5점 만점에 2점"
문제는 고객이 '투홈'에 직접 매기는 점수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스토어에서 현대식품관 앱이 받은 별점은 5점 만점에 각각 2.2점, 2.8점이다. 이에 반해 경쟁사로 꼽히는 SSG닷컴과 롯데온의 별점은 3~4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앱 구동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앱구동에 오류가 있고 굉장히 느리다. 관련 피드백도 이미 많은데 오랜 기간 개선이 없었다"며 "주문하려고 들어올 때마다 오류가 생기는데 누가 여기서 계속 쇼핑을 하겠냐"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백화점을 다녀오는 게 더 빠르겠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 일각에서는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현대백화점이 투홈을 선보이기 전, 1년간 ‘식품 온라인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들인 투자비용이 300억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시작하면서 1조원을 투입했으며, 현대백화점 투홈과 마찬가지로 '신선식품'의 차별화를 갖고 있는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이미 1조원에 달한다. 

배송 서비스 지역에 대한 한계점도 있다. 현대백화점 내부에 있는 '식품관'이 배송 거점이다 보니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새벽투홈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ㆍ인천(각각 일부 지역 제외)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로투홈 역시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수도권 10여곳에서만 운영 중에 있다.

그나마 이를 보완하는 이동형 MFC을 활용한 신선식품 즉시배송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현재까지는 이 또한 범위가 굉장히 적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서비스를 오는 10월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반경 3km 내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향후 다른 점포에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의 성장은 결국 고객의 선택을 얻어내는 것이 쟁점이다"며 "고객의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방면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이 많은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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