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라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 사진=한섬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현대백화점이 '초'럭셔리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24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020000)에 따르면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가 오는 27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첫 선을 보인다. 한섬이 패션 외 이종사업에 뛰어든 것은 창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오에라는 'Zero(0)'와 'Era(시대)'의 합성어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피부균형점을 도달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영감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총 20여종의 스킨케어 제품으로 구성됐으며, 주요 상품 가격은 20~50만원 선이다. 가장 비싼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 50㎖'은 120만원에 달한다. 

◆ '초고가' 럭셔리 화장품 사업을 택한 한샘
럭셔리 화장품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 휘청인 뷰티 사업군에서도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색조 화장품 구매가 감소하면서, 기초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투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한샘의 오에라는 기존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서의 대표 상품군과 가격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명품 화장품 강자인 에스티로더, 랑콤의 가격대가 10~20만원대인 것에 비해 오에라의 가격대는 40~50% 가량 높게 책정, 최상위 고객ㆍ백화점 VVIP를 주요 고객층으로 타깃했다. 

이 같은 가격 책정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명품 화장품과 차별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높은 가격만큼이나 고가 원료 함유량을 크게 높였으며,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기능성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를 위해 한섬은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의 연구개발(R&D) 연구소 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스벤골라 박사를 영입하며 브랜드 제품력을 키웠다. 기능성 스킨케어(기초화장품) 제조 기술이 우수한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도 손잡고 로션, 스킨 등 스킨케어 라인은 전량 스위스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모조'와 손잡고 기획했다.

한섬 관계자는 "화장품은 피부에 가장 먼저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원료와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를 통해 차별화된 원료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화장품 연구소와도 협업을 진행했다"며 "한섬이 갖고 있는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그대로 접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 역량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화장품 큰손인 중국 시장은 이르면 올해 안에 한섬의 중국 법인(한섬상해)를 통해 진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국내외 면세점에도 입점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룹 내 계열사인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기업 현대바이오랜드와 협업해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패션 사업의 신성장동력은 '화장품'
사실상 국내 패션업계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국내 패션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화장품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사업간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업계는 패션과 화장품 사업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능력, 고도의 생산 노하우 등 핵심 경쟁 요소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패션업계 중에서 화장품 사업에 일찍 뛰어들었다고 평가받는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한 뒤, 중화권 시장을 공략하면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또 2018년에는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선보였으며, 2019년에는 프랑스 대표 약국 화장품 '가란시아'를 론칭하면서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LF도 2018년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 2019년 비건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선보였다. 코오롱 FnC도 지난해 친환경 스킨케어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출시하고 올 4월에는 '엠퀴리'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단장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은 화장품"이라며 "당장 실적이 나지 않더라도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화장품 사업을 장기적으로 공 들이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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