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직원들, 7~8일 양일간 트럭시위 시작 "인력 충원해달라"
무노조 게릴라성 시위에 업계 주목···굿즈 마케팅 축소 가능성도

[사진=스타벅스]
[사진=스타벅스]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활발한 굿즈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던 스타벅스가 위기에 빠졌다. 계속되는 프로모션에 업무 부담을 느낀 스타벅스 직원들이 반발에 나서면서 마케팅 '역풍'을 맞은 것이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직원들은 오는 7일부터 양일간 트럭시위에 나선다. 인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굿즈 마케팅을 진행한 본사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트럭에 붙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단체행동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트럭시위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당초 스타벅스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약 3시간 만에 직원 180명이 자발적으로 참가, 목표액 330만원을 채웠다는 후문이다. 흔치않은 '무노조 게릴라성 시위'다. 

◆ 원하는 것은 '인력 충원' 
이번 단체 행동은 지난 28일 진행된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에 시달린 한 직원이 직장인 커뮤니티(블라인드)에 올린 호소글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스타벅스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매장 당 근무 인원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본사 차원의 굿즈 마케팅이 연이어 진행돼 노동 강도가 대폭 늘어났으며,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매장 규모와 매출에 따라 적정 직원 수가 정해지는데 스타벅스에서는 갈수록 부조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사원들이 아무리 항의해도 근무환경이 바뀌지 않고 있어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또 다른 직원들 역시 "회사가 인력 충원에 대한 실직적인 대안 없이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한다" "우리를 쓰다 버릴 소모품으로 여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스타벅스는 예전부터 다이어리, 텀블러 등 자체 MD를 중심으로 한 한정판 마케팅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해 서머레디백ㆍ체어 굿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굿즈 마케팅이 한층 더 늘어났다는 평이다.

이러한 흐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굿즈가 스타벅스 음료보다 더 가치 있다는 분위기도 흘러나왔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굿즈를 사기 위해 싼 음료를 대량 구매, 굿즈만 가져가고 음료는 매장에 버리기도 했다. 해당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자연스레 매장 직원들의 몫이었다. 

이번 리유저블 컵 행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해 모여든 고객들이 1시간 이상 대기를 하고, 일부 고객들이 '리셀'을 위한 대량 구매를 진행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번 다회용 컵 증정 행사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몰렸다"며 "직원들의 어려운 점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청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트럭시위가 불러 올 '나비효과'
스타벅스코리아는 1999년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50대 50 합작회사로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이마트가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추가 지분 17.5%를 매입하면서 지난 9월 24일자로 신세계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과 연계한 마케팅도 활발히 선보여왔다. 신세계그룹 야구단 SSG랜더스와 협업한 상품 '랜더스벅'을 한정판으로 판매하거나, 인천 SSG랜더스 구장에 스타벅스 SSG랜더스필드 2F점를 입점시키는 등 그룹 내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논란의 해결사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주목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지분의 추가 인수를 통해 이마트가 독자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회장 등 이마트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스타벅스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정 부회장은 국내에 스타벅스를 들여온 장본인이면서, 굿즈 마케팅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인 SSG랜더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본사 측에서는 직원의 강도 높은 노동을 방치한 '나쁜 기업'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굿즈 마케팅을 자체 축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으로 예정된 가을, 겨울 프로모션에도 변동이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갑작스레 굿즈 마케팅을 줄이면, 당장 예정된 할로윈ㆍ연말 다이어리 프로모션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타벅스에 노조가 설립될 지도 관심 사안이다. 다만 아직까지 내부적인 노조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직원들이 제대로 고객을 응대할 수 없게 되면, 고객들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며 "본사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도 잃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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