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하청업체 직원, "철거 관련 회의록 2건 없어져 ~ 자료 메일 대신 USB로 달라 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철거 자료 폐기·조작 가능성 제기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광주 동구 학동 참사 붕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과다 살수'가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대표 권순호, 이하 현산)의 민원 달래기식 요청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밖에 현산은 철거 공사 관련 자료를 조작 및 인멸하고 경찰 조사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는 지난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건축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공사 관계자 7명과 업체 3곳(HDC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기업)에 대한 네 번째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하청업체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28)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사는 강씨를 상대로 해체계획서와 달리 철거공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과 현산 측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강씨는 "현산 공무부장은 해체 계획서 작성을 독촉하며 공사 일정에 관여했다. 현산 현장소장 또한 해체 계획과 달리 (위험한 방식으로)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라거나 감리를 제대로 받으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특히 건물 붕괴 직접적 원인이 된 과다 살수 이유에 대해 "현산의 요청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 붕괴 당시 해당 건물에는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물이 살포됐고, 물을 머금은 성토체로 건물 붕괴를 가속화했다.

강씨는 "철거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산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토체가 물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입장을 현산 측에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현산 측은 '어차피 민원에 따른 보여주기식이니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식으로 강행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현산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지 못한데 대해서는 "상위 기관의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행해지는 현장에서의 압박 등을 우려해 완만히 해결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5월 중 무너진 건물 철거 관련 회의를 현산 현장사무실에서 2차례 했다. 당시 계획과 다른 공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작성된 회의록 2건이 왜 없어졌는지 모른다. 회의록은 현산이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당일 현산 공무부장 지시에 따라, 현산 대표가 있는 현장사무실에서 경찰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던 내용을 요약 설명했다"며 "참사 사흘 전부터 당일까지 쓴 업무보고서(장비 투입 내역 등 기록)를 공무부장에게 보고했지만 공무부장이 찢어서 버렸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검사에 대한 우려해 감리일지에 필요한 자료를 메일 대신 USB(이동식 기억장치)로 달라고 했다"며 현산의 증거 조작 및 인멸성 주장을 했다.

현산 측은 과다한 살수는 인정하면서도, 살수 때문에 건물이 무너졌다는 사례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증거 조작 및 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산 직원들이 철거 방식에 대해 직접 지시한 적이 있었느냐"며 "없다면 근무일지를 조작하거나 삭제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느냐"고 반론했다.

앞서 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는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당시 해체 공사는 상부에서 하부로 진행하게 돼 있었지만, 실제 공사는 정반대인 하부에서 상부로 진행됐다. 또 상부 철거를 위해 성토체를 무리하게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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