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본사 레킷벤키저 지분 0.21%→0.53%
시민단체 "국민 기만행위···ESG투자 강제해야"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전날인 8일 공동성명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국민의 돈으로 살인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늘린 국민연금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국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해서만 투자금액을 늘렸다”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JTBC는 국민연금이 옥시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지분을 늘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레킷벤키저 주식 약 1500억원(지분율 0.21%)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20년 말엔 약 3600억원(지분율 0.53%)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국민연금 측은 “레킷벤키저에 대한 주식 투자금액은 기금규모 및 해외주식 투자규모 증가에 따라 2016년 대비 증가했지만, 전체 해외주식 투자규모 대비 비중은 2016년 0.18%에서 2021년 0.14%로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측은 “전체 투자규모와 옥시 자체에 대한 투자금액이 증가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왜 살인기업에 투자규모를 늘렸는지를 물었는데, 국민연금은 엉뚱한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의 경우 환경파괴나 국민들의 건강에 문제를 입힌 기업들을 투자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며 “해외 연기금이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 삼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행태는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강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의 재산인 만큼 올바른 투자·운용은 국민들의 당연한 요구”라며 “국회는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ESG투자를 강제하는 제도적 정비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월 말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768명, 사망자는 1784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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