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사과문 발표…사고 다음날 공장 재가동

SPC그룹의 생산현장인 SPL. 사진=SPC그룹
SPC그룹의 생산현장인 SPL. 사진=SPC그룹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무자가 숨지는 사고가 지난 15일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더불어 고용노동부는 해당 업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17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A(23) 씨는 전날 사고 당시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각형 통 형태인 해당 기계는 A씨의 전신이 빠질 정도로 깊지 않은데, A씨는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현장에는 A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으나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고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도 부재해 경찰은 현장 상황과 A씨 동료,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기계에 끼이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더불어 사고가 난 업체 측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 등도 살피고 있다"며 "위반 사항이 드러날 시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SPC 계열 SPL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평택지청 근로감독관 등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현장에 출동해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사고를 수습하는 한편 재해 원인 조사에 돌입했다. 

특히 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가족을 부양하는 사회 초년생 청년 근로자에게 일어난 사고라 너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다. 철저한 원인조사,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처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A씨는 SPL 그룹의 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2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으로확인됐다. A씨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20대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 CI. 사진=SPC그룹
SPC그룹 CI. 사진=SPC그룹

이와 관련 SPC는 이날 허영인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해당 공장이 사고 다음날 바로 기계 가동을 재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A씨의 동료 직원들이 사고 다음 날부터 사고가 발생한 배합기 옆에서 작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고용노동부가 9대의 소스 혼합기 가운데 '인터록(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장치)'이 없는 7대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2대로 소스 배합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을 방문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과수 감식이 아직 끝나지 않아 선혈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옆에서 직원들은 빵을 만들고 있었다"며 "동료 직원이 사망했는데 하루 만에 칸막이 하나 두고 일을 하는 식으로 방치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동부는 뒤늦게 나머지 2대 혼합기에 대해서도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전체의 공정 중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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