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헌재 위헌 판결에 재조사

관련 인터넷신문 기사(2005년 10월 25일 자). 사진=공정위
관련 인터넷신문 기사(2005년 10월 25일 자). 사진=공정위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애경산업(018250)과 SK케미칼 등에 대해 뒤늦게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에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각 법인과 애경 안용찬 전 대표이사,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당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더불어 두 회사에는 재발 방지 시정명령과 제재 사실 공표 명령, 광고 삭제 요청 명령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말 헌법재판소의 위헌 확인 결정에 따라 재조사가 이뤄졌다. 당초 공정위는 2018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해당 사건의 공서·처분 시효가 이달 말 종료된다는 것이다. 이에 통상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전원회의의 일정도 앞당겼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검찰이 공정위와 같은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판단할 경우, 이달 30일까지 피고발인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애경과 SK케미칼은 CMIT/MIT 성분을 포함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상호 협의로 개발해 각각 출시했다.

애경은 신제품 출시 당시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런 내용이 2002년 10월과 2005년 10월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당시 해당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었고,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다. 이후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해당 제품군에 대한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같은해 9월 4일부터 제품 수거가 진행됐다. 

공정위는 "광고에서 주장하는 사실에 관한 사항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며 "애경과 SK케미칼이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애경과 SK케미칼에 관련 매출액의 2%(표시광고법상 과징금 한도)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되, 2018년 애경 등을 제재할 때 이번 사건을 병합 심사했더라면 과징금이 감경됐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10% 감경했다.

한편 이번 제재에 대해 더 일찍 부당 광고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공정위는 2012년 PHMG/PGH 성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옥시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했으나, CMIT/MIT 성분 제품을 판매한 애경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분은 환경부가 인체 위해성을 인정한 뒤, 재조사해 2018년 2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헌재가 공정위가 부당 광고(인터넷 기사)에 대해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야 제재가 이뤄진 셈이다. 

헌재는 "심의 절차까지 나아갔더라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부과됐을 가능성이 있고 고발, 형사처벌도 이뤄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상당히 늦어졌다"며 "헌재가 결정한 취지 정도의 조금 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도 아프게 생각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조금 더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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