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techtom.co.jp>

삼성전자가 지난 9일 조직 개편을 통해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장치)사업팀'을 신설하면서 가전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LG전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2년 5개월 앞선 2013년 7월에 이미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를 출범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자업계는 "생활가전·TV·휴대전화에 이어 자동차 부품에서도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최근 IT 업황을 지켜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된 전개"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 기업이 수년간 주력 사업이었던 스마트폰사업의 시장경쟁 과열 및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부진하자 새로운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 부품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전장사업은 스마트카(smart car) 개발과 맞물려 급성장 중인 분야다. 여기서 자동차 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장치 부품으로 차량용 카메라모듈과 무선통신모듈,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등이 해당된다.

이미 급성장 중인 '자동자 전장부품' 시장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은 올해 2390억달러(약 282조3307억원) 규모에서 2020년 3033억달러(약 358조2820억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작년에 올린 매출(206조2100억원)의 1.7배가 넘는다.

현재 이 시장의 강자는 독일의 콘티넨털, 일본 파나소닉 등이 있다. 한국 업체들은 이들에 비하면 아직 도전자 입장이다.

LG전자의 경우 삼성전자에 비해 일찌감치 전장사업에 뛰어들어 초석을 거의 다듬은 상태다. 지난 2013년 7월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를 신설한 LG전자는 당시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와 최고경영자(CEO) 직속 등에 흩어져있던 사업부들을 통합했다.

현재 VC사업본부는 △전기자동차 솔루션 △인포테인먼트 기기 △안전 및 편의 장치 △차량 엔지니어링 등으로 나눠 차량용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과 전기차용 모터, 인버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4분기부터 전장 부문의 독자적인 실적 발표도 공개하고 있다. 올 1·4분기 VC사업본부는 매출 3826억원, 2·4분기 4508억원, 3·4분기 4786억원으로 매분기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차량용 통신 서비스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3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LG전자는 앞으로 LG화학에서 납품받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 전기차용 모터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에 핵심 부품 11종을 납품하는 등 실적을 쌓고 있다. 또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VC디자인연구소'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VC사업본부는 차량용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기기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기차 배터리팩‧차량용 공조 시스템 등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걸음마' 단계…성공 가능성은?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구조개편 내용을 공개하고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자동차전장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있는 삼성그룹 분위기에 역행해 새 팀을 만든 만큼 삼성의 전장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존 주력 부문의 성장한계를 극복할 '포스트 반도체' 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이 가장 먼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사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현장에서 폭스바겐그룹 계열 세아트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올 한해동안 여러 자동차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사업 강화를 꾀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 종합 집적형 차량용 반도체나 스마트카 등 완성차 사업을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장사업팀의 초기 시장 목표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라고 했지만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이 아닌 DS부문 산하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완성차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에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 보인다. 

일단 전장사업이 B2B(기업간 거래) 사업이라는 특성상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서 강한 삼성보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LG전자가 유리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기술력 차이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단순히 수주잔고량, 매출액을 보면 LG가 훨씬 많다"며 "삼성이 1~2년 안으로 이 부문에서 실적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삼성이 과거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었던 전략이 있다는 것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장부품 사업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인데, 삼성 부품을 납품받는 완성차 업체로서는 삼성이 나중에 완성차 사업까지 진출할 경우 경쟁자를 키워준 꼴이 되기 때문에 삼성의 부품을 꺼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이 그렇지 않은 LG에 비해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스마트카 시장이 확대될수록 주행시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주변 상황을 분석해 특정 기능을 실행하는 반도체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LG전자가 유리할지 모르지만, 향후 삼성이 반도체를 기반으로 따라붙는다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스마트폰 및 TV 사업으로 고전 중인 삼성전자로서는 전장사업이 향후 사업적 측면에서나 글로벌 미래 사업으로 주목 받는 전기차 및 무인차의 개발에 앞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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