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시동인가, KBS의 정권 눈치 보기인가?

 

▲ <사진=MBN캡쳐>

KBS2 TV 장수 프로그램인 ‘비타민’ MC가 정은아 씨에서 가수 은지원 씨로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까지 관심을 두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은지원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탓에, KBS가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특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은아 씨는 27일 ‘비타민’ 녹화를 1시간여 앞둔 상황에서 담당 PD로부터 ‘다음 녹화부터 MC를 교체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뿐 아니라 ‘세대공감 토요일’ 진행자도 일방적인 교체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자인 강석우 씨 후임에는 방송인 임백천 씨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 씨에 대해서는 과거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관제 개편을 통해 KBS를 정권에 헌납하려는 길환영 사장의 관제 드라이브로 제작 자율성이 말살되고 있다”며 “비상식적인 MC 교체와 관제, 졸속 개편을 온 몸을 다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 아나운서협회도 성명을 내고 “MC 선정 과정이 실무 제작진이나 제작 파트너인 아나운서실과의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KBS가 이처럼 정권 코드 맞추기식 행태를 보이자, 민주통합당에서는 비상한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29일 허영일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은지원 씨는 대중 연예인이지만 대통령의 친인척이기도 하다”면서 “은지원 씨가 새로운 MC로 발탁된다면 정권 코드 맞추기 개편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 부대변인은 이어, “잘 알다시피 은지원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라며 “은지원 씨가 이전부터 유명한 연예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분 방점이 대중스타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괜한 구설수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은지원 씨 본인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은지원 씨가 현명하게 처신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KBS 노조에 따르면 KBS 사측은 은지원 씨 외에도 대선 당시 ‘친박’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고성국 정치평론가를 제1라디오 ‘생방송 글로벌 대한민국’ MC로 내정했다. 노조는 “선정 과정의 일방적 절차도 문제일뿐더러, 그가 공영방송 MC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1라디오 경제 프로그램 MC로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던 최양오 씨를 내정한 것을 두고도 “경제 프로그램의 진행자에 부합하는 경력이 전무하다”며 “통상 경제 프로그램의 MC를 선정할 때 진행능력과 경력 등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해 선정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KBS 노조는 “정치평론가나 연예인이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고 해서 방송에 출연해선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중 잣대”라며 “정권이 보기에 성향이 다르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반면, 친 정부여당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번 진행자들에 대한 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상층부의 부장급 이상 간부들끼리만 모여 논의하고 일방적으로 제작진에게 하달되는 방식으로 전달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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