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제공=포커스뉴스>

오는 31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만료된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특허는 이미 지난달 16일 만료됐다. 두 사업자는 서울 면세점 사업권 선정에 탈락해 약 2000억원대 재고 물량을 남은 사업기간 내 처리해야 한다.

관세청은 재고 물품 처리 등을 이유로 워커힐면세점에 3개월 유예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워커힐면세점 사업기간은 내년 2월 16일까지다. 면세점 특허가 연말까지인 월드타워점 연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허권 발탈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 명품 유통업체들이 신규 면세점 입점을 기피하는 등 '5년짜리 면세점 정책'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폐점을 앞둔 면세점 직원들이다. 면세점 측은 최대한 고용 승계를 해준다는 방침이지만 직원들은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한다. 당장 근무지가 변경되더라도 주거와 자녀들의 전학 문제로 직원들의 마음은 편지 않다.

◆ 면세점 인력 상당수 '워킹맘'…고용 승계는 '불확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여직원 15명은 보름 전부터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 심사에서 롯데면세점이 탈락한 뒤 부당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만큼 '5년 면세점 특허권 심사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하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면세점 5년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인력 상당수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는 '워킹맘'으로, 이들은 짧게는 5년 주기로 회사를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월드타워점의 한 여직원은 "고용보장을 약속했더라도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육아와 일을 같이하기 어렵다"며 "면세점 특허가 5년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 짧은 단위로 철새처럼 직장을 옮겨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롯데면세점의 종사자들은 다른 계열사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워커힐면세점보다는 상황이 조금 낫다.

반면 SK네트웍스의 단 하나의 면세점이었던 워커힐이 폐점함에 따라 소속 직원들의 고용 승계 문제는 더 큰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 16일 SK네트웍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면세사업본부를 없애면서 본부 직원 200여명이 사실상 소속을 잃게 됐다. 많게는 용역업체와 매장 판촉직원까지 더하면 현재 약 900명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들과 협상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고용이나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이 문제 없도록 협의하고 있어 직원들이 불안해한다거나 고객들이 불편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을 마친 요우커들이 면세점 앞에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제공=포커스뉴스>

◆ 해외 명품 유통업체 "한국 면세정책, 국가 이미지 실추"…관세청에 항의서 전달

해외 명품브랜드 국내 판매 권한을 보유한 유통업체(에이전시)들도 한국의 시한부 면세정책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사업권을 빼앗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워커힐면세점에서 적지 않은 사업상의 손실을 보고 물러나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토리버치', '토즈' 등 브랜드를 국내 면세업계에 유통하는 10여개 업체들이 최근 관세청에 건의서를 전달했다. 5년마다 면세점 특허를 재심사하는 제도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한국 면세 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에 의구심이 든다. 이는 국가적인 이미지 실추가 염려되는 부분"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업체들도 건의서 전달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건의서를 제출한 업계 관계자는 "1년여 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입점하고, 지난 8월 워커힐면세점 리뉴얼시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이 있어 손해가 크다"며 "향후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건의서를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한 글로벌 브랜드는 "1년간 투자해서 키워놓았는데 정책이 바뀌었다며 문을 닫으라고 하니 황당한 노릇"이라며 "영업 환경이 불안한데 앞으로 한국에서 투자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관세청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불안한 영업환경을 야기하는 현행 면세점 제도는 이른 시일 안에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왔다"며 "면세점 제도 개편을 논의 중인 상황이라 특별한 대응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 재계 "면세점 5년 허가제, 하루빨리 개선해야"

재계는 면세점 시장을 한바탕 뒤엎었던 '면세점 5년 허가정책'에 대해 전면 폐지 또는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면세업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10년 자동 갱신에서 5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한 현 정책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면세점 사업권을 따지 못해 폐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재계는 "대기업 누구도 대놓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래서는 중국 관광객을 다 빼앗길 수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사업을 한시적으로 5년만 하고 다시 재심사를 통해 허가취소를 하거나 새로 허가권을 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명품회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면세점 영업에 대한 기업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 백화점업계 관계자 역시 "면세점 비즈니스는 국내 백화점과 호텔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새로운 블루오션인데, 국내 정부가 허가권을 규제하고 5년마다 재심사하는 말도 안 되는 규제권한을 고집하면서 이제 이런 유망시장을 중국과 일본에 급속도로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1위를 기록 중이지만 한국을 벤치마킹한 중국은 최근 하이난섬에 세계 최대 규모 면세점을 설립, 엄청난 규모로 자국 쇼핑족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 정권의 규제권한과 정권의 눈밖에 났을 때 워낙 강하게 압박하는 분위기 때문에 단체장조차도 대놓고 말하기 힘든 분위기"이라며 "어떻게 정권과 재계가 이렇게 경직된 분위기가 됐는지 참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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