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처벌만이 해법인가? 무너진 가정을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정책신문>에서는 나라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는데 힘을 보태고자, 심층기획 첫 번째 시리즈로 학교폭력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학교폭력의 실태를 중심으로 각계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아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제대로 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한 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편집자 주>

앞서 본지는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통해 학교폭력의 실태와 그 원인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폭력의 형태는 점점 더 흉악해지고 있지만, 교육계나 관계당국에서 제시되는 대책들은 대부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지금껏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배경은 도외시한 채, 폭력에 따른 처벌에만 집중한 결과론적 사고방식이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4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학생 개인의 문제’와 ‘학생의 비뚤어짐을 방관하는 가정의 문제’, ‘스트레스를 축적시키는 경쟁적 학교 교육’, 그리고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각종 사회 환경’ 등이다.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배경이 있다
우선,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경우 대게 윤리의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춘기를 겪으며 반항적이거나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경우가 많지만, 부모나 교사들은 단순히 사춘기 때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특히,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맹목적 믿음은 폭력 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왜곡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폭력을 행사할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이들은 자녀의 폭력적 성향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피해학생에 대해 ‘맞을 짓을 했으니 맞은 것 아니겠냐’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가해학생에 대한 윤리교육과 더불어 심리치료가 절실함에도 부모가 오히려 이를 막아서는 셈이다.

이와 함께 가정교육 역시 학교폭력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핵가족화 된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교육적 기능은 크게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사라져버린 공동체의식이나 연대의식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아이들을 길러냈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자녀를 과잉보호하거나 아니면 폭력적 환경 속에서 키우는 경우들이 늘어났다. 잘못된 양육 방식이 자녀의 인성을 망쳐놓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는 폭력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빈곤에 시달려온 아이들의 경우, 물리적-심리적 좌절을 겪으며 폭력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학생 개인을 둘러싼 가정의 문제 외에도 전인교육이 사라져버린 교육 현장도 문제다. 입시 위주의 풍토 속에서 학생들은 제대로 된 정서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학생 간 무한 경쟁은 시기와 질투를 부추기며, 이 과정에서 낙오된 일부는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군사부일체(君師夫一體)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고, 교사는 이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학교, 비뚤어진 학생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권위가 바닥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폭력적 영화나 게임 등도 분명히 학생들의 폭력성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미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는 사례들이 상당하며, 게임 속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력적 범죄를 저지른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돈만 된다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도 마다하지 않는 시장의 논리가 학생들을 폭력의 세상으로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책보다 중요한 가정교육
이처럼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우발적 충동에 의한 경우가 아니라면, 본질적 이유를 찾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다. 대부분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에 대한 신속하고 깊이 있는 상담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상담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교와 지역, 그리고 관련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은 훌륭한 정책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효과적인 가정교육의 방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서로 간에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되는데, 아이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예절과 배려를 배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다수의 학교들도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을 가정에 권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질 것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정리할 것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할 것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을 것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식의 열린 질문을 던질 것 ▲하루의 일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것 ▲부정적인 말은 피하고 공감과 칭찬을 많이 할 것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할 것 등 결코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효과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성교육에만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발달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캐서린스노우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3세 어린이가 책을 통해 배우는 단어는 평균 140개이지만, 가족식사를 통해 배우는 단어는 1천여 개나 된다고 한다.

또 가족과의 저녁식사 횟수와 학업성적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어, A-B학점을 받은 학생은 C학점 이하를 받은 학생에 비해 주당 가족식사 횟수가 현저히 높다는 콜럼비아대 CASA 연구 결과(2009년)도 있다. 일본 아키타 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며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가족과 이야기하는 아이의 성적이 전국 학력평가에서 높은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1년 콜럼비아대 CASA 연구 결과에서는 가족과 식사를 자주하지 않는 청소년은 가족과 식사를 자주하는 청소년에 비해 흡연 비율이 4배나 높았으며, 음주비율은 2배, 마리화나 비율은 2.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다양한 조사 결과에서 가족 식사 빈도는 흡연이나 음주, 마리화나 남용, 우울증, 자살률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더 핵가족화 되며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가정을 살리는 일이 왜 중요한지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가정을 살리는 일은 곧 병들어 가는 우리의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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