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브라운이 발하는 가치투자의 비밀
진정한 할인은 50% 이하에서 사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Little Book of Value Investing 이다. 제목처럼 얇은 책이지만 가치투자의 진수를 보여주는 보석과 같은 책이다. 크리스토퍼 브라운(Christopher Browne)은 워렌 버핏이 ‘그레이엄 도드 마을 출신 투자자’ 라고 부르는 가치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가치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자.

◇가치투자의 비밀

-크리스토퍼 브라운 지음, 권성희 옮김, 흐름출판

주식투자도 쇼핑하듯 하라

‘주식투자도’라고 표현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명한 쇼핑행위를 하고 있음을 말한다. 필요한 물건을 미리 생각하고 성능과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싸게 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오면 이러한 일반적인 쇼핑방법과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인기 있는 주식을 비싼 값에 사고 만다. 주식투자는 쇼핑과 같다는 것을 기억하라. 같은 상품이면 가능한 더 싸게 사는 것이 좋다. 싸게 사려면 정가에 사지 말고 세일(sale)할 때 주식을 사라.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할인판매 할 때 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세일중인 주식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떤 주식이 싼지 비싼지, 즉 정가에 팔리는지 세일해서 팔리는지를 알려면 기업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를 보면 된다.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싸면 할인 중에 있는 주식시장이고, 반대로 내재가치보다 비싸게 팔리는 주식을 샀다면 바가지를 쓴 것이다.

시장이란 궁극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내재가치보다 싼 기업을 언제까지나 내버려두진 않는다. 가치투자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저평가된 주식이 제 가치를 찾아간다고 믿고 투자하는 것이다.

가치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결국 투자란 믿음이다. 주가는 내재가치와 다르게 위아래로 매우 크게 흔들린다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기업과 자본주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성장 한다는 믿음이 가치투자 신자들의 신앙고백이다.

절대로 손해 보지 마라

첫 번째 원칙, 절대로 손해 보지 말라. 두 번째 원칙, 첫 번째 원칙은 잊지 말아라. 워렌 버핏의 투자원칙으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원칙은 그레이엄부터 지금까지 가치투자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가훈과 같은 것이다. 그레이엄이 먼저 이 말을 했고 버핏도 가슴에 새겼으며 크리스토퍼 브라운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비법은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다. 안전마진이란 기업의 내재가치와 현재주가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주식을 내재가치보다 싸게 사면 안전마진은 확보된다.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의 기준을 주가가 내재가치의 3분의 2이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순유동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가가 3분의 2이하여야 충분한 만전마진이 확보된다고 생각했다(순유동자산=유동자산-유동부채).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분산투자다. 분산투자의 방법은 첫째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고, 둘째는 투자하는 종목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저자는 분산종목이 최소한 10개 종목은 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이유는 투자한 기업 중 하나가 혹시 파산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안전마진은 주식투자의 손실위험을 크게 줄여준다는 장점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투자한다는 점에서도 큰 이점이 있다. 성공한 투자자들은 모두 대중을 따라가지 않고 과감하게 반대 방향으로 갔다.

종목선정의 기준

가치투자에 근거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종목선정의 기준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1)주가가 이익에 비해 싼 주식을 사라.

PER이나 EBITDA를 활용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이들 가치투자자들은 미래의 이익추정치를 믿지 않고 대신 과거이익의 몇 년간의 평균값을 이용한다.

2)기업이 가진 자산보다 더 싼 주식을 사라.

그레이엄은 순유동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일반적으로 PBR을 사용할 수 있다.

3)기업내부자가 살 때 따라 사라.

기업의 경영자가 주식을 매입하거나 기업이 자사주를 사거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5% 이상 지분을 매입할 때를 주목하라.

4)다음 단계로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재무상태표를 통해 자산가치와 유동성, 손익계산서를 통해 이익의 내용과 이익률을 체크한다.

이에 더하여 저자가 스스로 작성한 기업의 현재와 미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16가지 질문이 있으나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알만한 상식적인 내용이다. 위의 정량적(Quantitative) 기준에 몇 가지 정성적(Qualitative) 기준을 더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투자는 마라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준에 의해 종목을 선정했다면 이제 기다리는 일이 남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거나, 기다리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음의 분석결과를 본다면 기다림의 이유가 보다 커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샌포드 번스타인&컴퍼니의 연구결과를 보자. 1926년부터 1993년(67년=804개월)까지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간의 평균 수익률은 11% 이었는데, 이는 전체 기간의 7%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유사한 분석결과 따르면 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률의 80~90%는 투자기간의 2~7%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한다. 누가 이 짧은 기간을 귀신 같이 알아서 오르기 직전에 매수하고 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기등락의 타이밍이 아니다. 투자자는 항상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분석결과를 한 가지 더 소개한다.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2005년까지 15년간 상승과 하락을 경험하며 주식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10,000 달러의 투자금은 51,354 달러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10일을 놓쳤을 경우 투자자산은 31,994 달러,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30일을 놓쳤다면 투자자산은 15,730 달러에 그친다. 만약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50일을 놓쳤다면 투자한 1만 달러는 9,030 달러로 줄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싸구려 주식이 아니라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라

가치투자자들의 계보는 벤저민 그레이엄에서부터 워렌 버핏까지 그레이엄에게 사사했거나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그 후대의 사람들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투자자로서 초기 가치투자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순자산가치를 중심으로 비교적 심플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운의 이야기가 진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단순함이 힘이고 진리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가치투자와 관련해 매우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다. 가치투자는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사라는 것이지 결코 싼 주식을 사라는 것이 아니다. 싼 것은 비지떡일 가능성이 높다. 싼 것을 싸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찌 보면 어리석은 일이다. 차라리 좋은 제품은 제값 주고 사서 잘 쓰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다. 가치투자는 내재가치보다 싸게, 그것도 매우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사는 것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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