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asia.nikk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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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비트코인에 투자해 우리 돈으로 1,5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는 기사가 실렸다. 보통사람들에게 1,500억 원은 매우 큰돈이다. 언론에서는 '천하의 손정의'도 투자에서 손실을 보았다며 가십거리를 삼았지만 코메디 같은 일이다.

손실금액 1,500억 원은 손 회장의 개인자산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가 소프트뱅크를 통해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100조원에 달한다. 그런 점에서 투자자들은 소음과 같은 가십뉴스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손정의 회장이 지금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돈이 되는 리포트]  

◇손정의 따라 잡기(손지우, 유승우, SK증권, 2019.3.18)


4차 산업혁명의 원인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이 나타난 이유를 클라우스 슈밥(4차 산업혁명의 저자)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디지털화’에서 꼽고 있다. 물리학 기술, 디지털 기술, 생물학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이다.

SK증권 리포트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나타난 원인을 ‘빈부격차’에서 찾고 있다. 다소 뜬금 없어 보이지만 주장을 들어보자.

‣세계대전 이후 줄어들었던 글로벌 빈부격차가 1970년대부터 다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상위 10% 계층의 소득은 전체의 50.3%(2012년 기준)로 1917년 집계 이후 최대치에 이르고 있다(「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빈부격차는 총소비 감소 -> 공급과잉 -> 실업 증대 -> 생산성 저하 -> 장기저성장으로 연결된다. 1929년는 이 같은 메커니즘이 대공황으로 연결됐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해답은 ‘산업혁명’이었다. 1800년 초반의 생산성 위기 때는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이 그리고 1900년 초반의 생산성 위기는 미국에서 2차 산업혁명이 발생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데 과거 1,2차 산업혁명의 경험을 보면 운송/모빌리티 산업이 중심이었다(1차 산업혁명-증기기관차, 2차 산업혁명-자동차). 지금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도 자동차와 모빌리티가 있다.

모빌리티(Mobility)

4차 산업혁명의 발생 원인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고 어쨌든 4차 산업혁명에서 모빌리티는 핵심에 서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은 사실 낙후된 산업으로 분류된다. 기존의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혹은 수소차 등으로 연비와 환경 문제를 해결해가는 단계는 자동차 산업의 혁명 보다는 기술의 발전단계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나타나는 차량공유서비스와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은 '탈 것에 대한 인류의 개념'을 바꾸는 혁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모빌리티에 주목하는 이유이고 그 선두에 손정의 회장(이하 손정의)이 서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자동차 사장은 “자율주행을 개발하기 위해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손 사장이 반드시 그 앞에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손정의와 비전펀드

손정의(소프트뱅크)는 2017년 중동의 국부펀드 등과 함께 한화로 100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45%를 투자했는데 PIF의 리더는 ‘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무하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다. 손 회장은 대략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2017년까지 3개 더 만들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료: SK증권
자료: SK증권

비전펀드Ⅰ은 100조원의 설정금액 중 현재 80조원 정도를 집행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섹터별로 보면 승차공유(29.1%), 이커머스(19.2%), IoT(17.9%) 순이다.

자료: SK증권
자료: SK증권

승차공유와 자율주행

세계 승차공유 시장은 이미 손정의가 지배하고 있다. 손 회장은 우버(Uber)보다 뒤늦게 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Ola와 Grab, Didi에 투자해 아시아 연합을 형성한 후 중국에서 우버를 눌렀다. 그리고 결국에는 스캔들에 흔들리는 우버까지 삼겼다(소프트뱅크, 우버지분 20% 인수, 2017.12.17). 모빌리티 시장에서 소프트뱅크의 다음 행보는 자율주행이다. 손회장은 이미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에 투자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투자규모를 늘려 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편으로는 도요타와 합작으로 MONET(모네테크놀로지)라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커머스(e-Commerce)

이커머스와 관련해서는 쿠팡에 이미 3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정의가 이커머스에서 꿈꾸는 것은 단순한 배송서비스가 아니다. 아마존이 구축하고 있는 것과 같은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를 통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풀필먼트란 ‘주문이행’을 뜻하는 단어로 고객이 물건을 주문할 경우 창고에서 제품을 피킹, 포장, 배송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관련하여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 + 아마존 프라임 + 아마존 웹서비스(AWS)」로 이미 3단계까지 사업을 이행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아이템 마켓 + 로켓와우클럽」으로 2단계 까지 진행된 상태다.

인공지능

인공지능(AI)은 손정의가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손회장은 “AI관련 기업에만 관심이 있다. 앞으로 AI와 관련 없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회장은 지난달 인공지능에 투자할 10조엔(약 100조원)규모의 별도 펀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알아 볼 계획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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