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의해 바다에 던져진 중국국기(출처:SCMP)
시위대에 의해 바다에 던져진 중국국기(출처:SCMP)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의 시위가 10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시위’가 잠재적인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2015)」의 실제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월가의 유명 펀드매니저 스티브 아이즈만(Steve Eisman)은 “현재 블랙스완이 나타난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사건은 홍콩시위로 보인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보다는 홍콩시위가 더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홍콩 시위가 격화된다면 미중간의 무역협상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란 단어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던 책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사용한 용어다.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실제 발생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희소 사건을 말한다.

제2의 천안문 사태 우려

홍콩시위에 우려감을 보내는 시각은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 중이던 중국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500명 이상의 사망자를 포함해 1,000 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에는 중국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전이고 지금처럼 사회관계망(SNS)이 발달하기 전이어서 천안문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 군인들이 홍콩 시위에 개입해 강제진압에 나설 경우 국제적인 파장은 엄청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인권 문제를 미국이 문제 삼을 경우 무역협상은 더 꼬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홍콩에 있는 해외자본이 이번 사태로 홍콩을 떠날 경우 홍콩 경제는 물론 중국 경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연쇄작용으로 홍콩과 중국증시가 하락하고 글로벌 증시의 하락까지 겹치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홍콩사태 예상 시나리오

홍콩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투자자들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

A.시위대 자진해산

가장 영향이 적은 시나리오는 시위대가 자진해서 해산하는 것이다.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는 실제로 79일간 시위가 이어지다가 동력을 상실하며 자연스럽게 끝난 바 있다. 당시에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 요구가 가장 큰 쟁점이었지만 중국정부는 물러서지 않았고 시위대는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중국정부에 대한 현재의 홍콩 내 반감과 특히 젊은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보면 시위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분위기다. 따라서 시위대 자진해산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다만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 가능성과 그에 따른 후유증 등을 생각해 시위대가 한 발 물러난다면 충돌없이 마무리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B.절충안

다음은 중국정부와 시위대가 절충점을 찾는 시나리오다. 예를 들면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을 경질시키면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 역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캐리 람 장관이 임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과 중국정부가 캐리 람을 경질시킬 경우 시위대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홍콩 뿐 아니라 이 같은 시위가 다른 소수 민족에게로 퍼지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타협이 이루어지더라도 언젠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타협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C.강제진압

중국정부가 시위를 강제 진압하는 것은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방법이다. 현재 홍콩 시위 상황은 홍콩경찰 수준에서 장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본토의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초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군인들이 시위대를 진압한다면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져갈 것이다. 따라서 중국군보다는 본토의 특수경찰이 개입해 보다 강력한 시위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가까운 선전지역에 장갑차와 특수경찰 등 진압세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금융시장 충격

위에서 이야기 한 시나리오 말고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정부의 강경진압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여 진다. 문제는 진압의 시기와 강도다. 중국정부가 본토의 공권력을 투입해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일 것이고 미중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가는 일시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강경진압이 아이즈만이 이야기 한 것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릴 정도의 블랙스완이 될 것 인지는 좀 더 두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정한 블랙스완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거의 예측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는 것인데, 홍콩시위는 이미 노출된 이슈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블랙스완 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