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마켓] '칼을 자주 바꾸는 이유'
[미스터 마켓] '칼을 자주 바꾸는 이유'
  •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9.09.25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리(天理)를 따라 소를 잡는 ‘포정의 이야기’

「장자」의 양생주에 나오는 이야기다. 소를 잡는 직업을 가진 '포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왕(王) 문혜군 앞에서 소를 잡는 일이 있었는데 소를 잡는 솜씨가 하도 좋아 왕이 놀라서 물었다.

"참으로 놀라운 기술이다. 어떻게 하여 그런 경지에 이르렀는가?"

포정은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저는 소를 잡는 일이 기술 이라기보다는 도(道)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소를 잡을 때 소 만 보였지만 3년이 지나면서 소가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요즘은 소를 눈으로 대하지 않고 정신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칼질을 할 때 천리(天理)를 따라 고기와 살, 뼈를 생긴 그대로 따라가며 칼질을 합니다. 한 번도 실수를 해서 살이나 뼈를 다치게 한 적이 없습니다.”

​"솜씨 좋은 백정이 1년 만에 칼을 바꾸는 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이고, 평범한 백정이 매달 칼을 바꾸는 것은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19년간 소를 수천 마리 잡았지만 제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과 같습니다. 가죽과 고기, 살과 뼈 사이에는 틈새가 있고 저는 그 사이로 칼을 움직이기 때문에 칼날이 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출처: 거래의 신 혼마, 이레미디어)

 

칼을 자주 바꾸는 투자자는 불리하다

포정의 이야기는 주식거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초보투자자들은 좋은 기업이든 부실한 기업이든,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언제나 수익을 내기 위해 달려든다. 소위 ‘살도 자르고 뼈도 자르고’ 닥치는 대로 칼질을 하는 경우와 다름없이 잦은 매매를 일삼는다. 그러다 보니 칼날이 온전할 리 없다. 자주 칼을 바꾸어야 한다. 손실은 쌓이고 투자금은 계속 줄어든다.

칼을 1년 만에 바꾸는 ‘솜씨 좋은 백정’을 투자자가 비유하면 그래도 꽤 내공이 있는 부류다. 살점만을 고르기 위해 즉,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재무제표도 주의 깊게 살펴본다. 또한 때를 기다리며 잦은 매매를 삼간다. 일본 에도시대 최고의 쌀 거래인 이었던 혼마 무네히사는 쌀 거래를 예로 들면서 제대로 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일 년에 1~2번에 불과하니 신중을 기하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19년 간 칼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칼날을 성성하게’ 유지하는 포정과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투자의 고수’다. 좋은 기업을 연구해 선정하고 매수하면 몇 년 동안 흔들림 없이 투자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생각보다 시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매일 매일의 뉴스보다 시장의 추세를 따라 투자하는 부류다.

​굳이 비유하자면 1개월 만에 칼을 바꾸는 부류는 ‘초보 개인투자자’, 1년 만에 칼을 바꾸는 투자자는 ‘경험 있는 개인투자자’ 혹은 ‘전문투자자(기관투자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포정과 같은 경지에 이른 투자자는 조지 소로스나 워렌 버핏 같은 투자자로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확립하라

결국 포정과 같은 달인의 경지에 오르려면 사물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투자에서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투자원칙이 있으면 아무 때나 칼을 휘두르지 않게 된다. 원칙은 흔들릴 때 마음을 지켜주고 결과적으로 재산을 지켜준다.

두 번째로 포정의 경지에 오르려면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1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는 반면, 10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이 있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면 단타나 잦은 매매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는 얼마나 자주 칼을 바꾸는 요리사 혹은 투자자인가 생각해 보자.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