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 선진국 가족농 보호 애써

농업과 농촌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20개 민간 연구 기관과 단체들이 ‘농(農)이 바로 서는 세상’,‘협동과 연대의 공생사회’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는 농업・농촌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농업・농촌의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대안농정 대토론회조직위원회의 정재돈(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상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농민과 농민,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동하고 연대해 국민농업, 순환농업을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

▲ 10일 열린 '2012 대안농정 대토론회'<자료사진=대안농정대토론회 조직위>
토론회는 4개의 핵심 대주제로 10명 내외의 분과위원회를 구성됐으며 총150명의 연구자가 재능기부 방식으로 참여했다. 또 농업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세계농업사’를 저술한 막셀 마주와이에(Marcel Mazoyer) 파리11대학 교수가 초청강연자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기조 발제를 맡은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업・농촌의 현재는 지난 20여년의 막대한 예산투입에 비춰볼 때 허망하기조차 하다”며 “농업성장은 멈췄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 농촌개발정책이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농촌주민의 삶의 질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사라진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이 돼 버렸다”며 “농촌, 농민들의 한숨, 분노, 절망 앞에서 농업・농촌의 미래를 논하는 일조차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토론회는 ▲농업▲식품 ▲농촌 ▲농정추진체계 등 4개 분야의 세션으로 구성돼 진행됐다.

먼저 농업분야의 토론에서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는 “FTA로 인한 시장불안, 부채증가와 소득불안, 교역조건의 악화, 각종 재해 등 4대 불안 요소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대표는 “제도적 기반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농업인력의 고령화, 농가소득 정체와 불안정성 심화, 도시가구 소득과의 격차 확대 등이 농업기반 자체를 크게 흔들리게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런 현상은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 대표는 “농업정책과 농업교육, 농업교육과 농업직능조직이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며 “농업교육과 농업정책, 농업직능조직간 연계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농업교육을 농정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업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FTA 등 추가적 시장개방을 중단해야하며 FTA 상생기금 설치를 통한 재원 확보를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주제인 식품분야는 식량위기 주기가 짧아지고 식량자급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먹거리 체계에 대한 혁신을 위해 로컬시스템구축과 지역공동체성 회복이 필요하다며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 수입식품 증가와 새로운 위해요소 출현 등으로 철저한 식품안전관리체계 확립하기위해 생산ㆍ소비자를 협동 조직화해 새로운 유통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생산자 조직화와 함께 소비자 조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서울시내 522개 동에 2개씩 모두 1044개의 서울형 생협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의료,육아,아파트,프랜차이즈,재래시장협동조합 등을 육성해 1만명당 1생협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는 “도시지역 농협에서도 생협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나, 도시 농협 내부의 변화와 기존 생협과의 협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지역먹거리(로컬푸드)체계 구축 및 제도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세 번째 주제인 농촌분야는 ‘농촌없는 지속가능한 사회 없다’며 일자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농어촌지역은 반드시 필요한 응급 의료시설의 접근성이 저하되고 농촌학교의 폐교가 확대되는 등 도ㆍ농간 삶의 질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는 문제가 지적됐다.

먼저 의료, 복지는 농어촌지역의 필수의료서비스 공급체계로 응급의료체계 개선 농어촌 보건복지사업의 통합적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삶의 질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구체적인 의견도 나왔다. 또 교육은 새로운 평생교육체계 도입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농촌학교의 육성해야한다고 했다.

농어촌의 사회경제활성화기금을 창설하자는 안도 나왔다. 김완배 서울대 교수는 “지역농협의 상호금융을 전국조직으로 묶어 지자체의 금고를 유치하면,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소장은 농어촌 중심생활지를 재생하는 한편, 농어촌 실정에 맞는 지구관리계획을 별도로 세우는 등의 농어촌 공간 통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번째 세션인 농정추진체계는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에 적합하도록 농정추진체계를 정비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리나라의 농정은 ‘생산성 위주 농정’, ‘하향식 설계주의’, ‘기존 농정추진체계에 대한 업무의 배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정체계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농업농촌식품의 이슈를 국가어젠다로 다뤄야 한다는 데 연구자들의 공감대가 형성했다. 이를 위해 농어업ㆍ농어촌식품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립할 것, 그리고 그 위원회에 5개년 종합발전계획과 국가푸드플랜을 수립 평가하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것 등이 제안됐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농민의 농업이 아니라 국민의 농업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 이슈는 농산물 ‘안전’을 넘어 도덕적 생산과 소비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도 “각 부처에 나뉘어 있는 식량안보, 식품안전, 식품영양과 교육, 식품환경 등의 정책을 포괄하는 국가식품시스템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어업회의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제도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토론회의 초청자로 참석한 마주와이에 교수는 “EU는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초국적 기업과 자본에 대항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가족농이 농촌을 떠나면 해당 농지는 평균 가족농이 소유한 농지 규모를 넘는 경영체나 농업투자자 등이 흡수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업 위기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가족농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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